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도시락 나눔 봉사를 하는 김귀선 울산 동구 여성봉사단 회장과 동료가 홀몸 노인을 보살피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된장이 먹고 싶다 하셔서, 집에서 만든 걸 가져다드렸죠.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됐어요. 그 할머니 집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찡해서 마음이 좋지 않아요.”

지난 2005년부터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봉사를 해온 울산동구여성봉사단의 김귀선 회장(65).

 
  ▲김귀선 회장 ⓒ데일리굿뉴스
37년여 경력 베테랑 자원봉사자인 김 회장은 매주 금요일마다 20명 가까운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도시락을 드리는 일은 그에게 보람이자 즐거움이다. 김 회장이 동네 독거노인 등 어려운 형편에 있는 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봉사에 나선 것은 그가 울산 동구 전하2동의 반장으로 활동할 당시 반 회보를 통해 도시락 봉사자 모집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6개월 후부터 차량으로 동네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는 봉사를 하게 됐다. 동네 반장으로 활동하다보니 동네 지리를 속속들이 잘 안다는 것이 물론 도시락 배달봉사는 단순히 도시락만 전달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도시락을 받는 주 대상 노인들이 홀몸노인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랜 시간 홀로 지내다보니 건강도 좋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히 건강 점검 및 최악의 경우 생사 확인까지 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할 때도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가 되면서 대다수 대면 봉사에 큰 제약이 생겼다. 그래서 도시락 배달봉사는 더 중요해졌다.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노인들을 일일이 만나서 건강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오랜 시간 도시락 배달봉사를 하는 과정에서 만난 노인들 가운데는 요양병원에 들어가는 것이나, 병원 면회 때의 만남이 마지막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드물게는 집에서 고독사하는 노인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한동안 마음이 시린 고통을 겪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복지가 많이 좋아진 측면이 있음에도, 현장을 돌아보면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복지 혜택이 남발되는 사례도 접하게 된다. 때문에 김 회장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혜택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회장은 단순히 도시락만 전달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통장 수당으로 선풍기나 반찬 등을 마련해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가 하면, 대한적십자사 봉사회에 가입해 취약계층 결연, 재난 지원, 김장 등 다양한 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동구 여성단체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김 회장의 봉사가 특히 차량을 이용한 봉사이다 보니 노인들의 목욕을 위한 이동이나,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위해 차량 요청을 하는 동네 경로당의 요청에도 언제나 먼저 나선다.

이웃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헌신을 인정받은 김 회장은 올해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선정 ‘울산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보람도 있었다.

오랜 봉사를 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은 남편과 함께 경북 경산의 호산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홀몸노인 등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운반하는 모습. ⓒ데일리굿뉴스

이처럼 워낙 분주하게 활동하는 김 회장에게 주변에서 “도대체 무슨 직장을 다니기에 그렇게 바쁘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 분들에게 ‘자봉(자원봉사) 주식회사에 다닌다. 월급날은 매달 32일이다’라고 대답하면, 어리둥절하다가 곧 농담을 이해하십니다. 간혹 몸이 아프거나 생활에 지쳐서 봉사할 여유가 없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반대로 그런 분들에게 오히려 봉사를 권합니다. 남을 돕는 일에 집중하면서 갱년기나 우울증은 모르고 넘어갔어요.”

김 회장은 특히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시대의 흐름에 의해 봉사의 개념이 달라져야 함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이제는 봉사 시간을 기부해서 다른 형태의 혜택을 돌려주거나, 아예 일정 부분의 금전적 보상을 하는 등의 형태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선의에만 기댈 것이 아닌, 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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