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가 한국전쟁을 소재로 그린 작품명 '한국에서의 학살'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전시기획사 비채아트뮤지엄은 "오는 5월 1일부터 8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을 연다"라며 "'한국에서의 학살'이 국내에 처음 공개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피카소作 '한국에서의 학살' (사진=연합뉴스)

'Into the Myth'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프랑스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 소장 작품 110여 점을 소개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피카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마리 테레즈의 초상', '피에로 옷을 입은 폴'을 비롯한 유화와 판화, 도자기 등이 전시된다. 피카소의 청년 시절인 1900년대 초부터 황혼기인 1960년대까지 전 생애 작품을 연대기별로 소개한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피카소의 유일한 작품으로 관심을 끄는 '한국에서의 학살'은 6.25 전쟁 당시인 1951년 1월 완성해 같은 해 5월 파리에서 열린 '살롱 드 메' 전에 공개했다.

전쟁의 잔혹성을 예술을 통해 고발한 이 작품은 '게르니카'(1937), '시체구덩이'(1944~1946)와 더불어 피카소의 반전 예술 3대 걸작으로 꼽힌다.

철제 갑옷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임산부, 소녀 등 벌거벗은 여성들을 총살하려는 모습을 담은 '한국에서의 학살'은 그동안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신천군에서 벌어진 미군에 의한 학살을 다룬 작품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립피카소미술관 측은 "6.25 전쟁 중의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비채아트뮤지엄이 전했다.

국립피카소미술관에 따르면 피카소는 1953년 "전쟁의 모습을 표현할 때 나는 오로지 '잔혹성'만을 생각한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 군인들의 군모와 군복 같은 것들은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반공법 등에 묶여 국내에서 전시되지 못했다.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도 출품이 추진됐으나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비채아트뮤지엄은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국내에 최초로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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