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폭력 폭로가 잇따르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줄 잇는 ‘학교폭력 미투’
사후처리 아닌 예방에 중점 둬야


최근 스포츠나 연예계 등 유명인의 과거 학교폭력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학교폭력 논란이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뒤늦게 제도 정비에 나섰지만, ‘땜질식 처방’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폭(학교폭력) 미투’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학폭 가해자에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이에 정부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4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 보호 체계 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가해자 무관용 처벌과 영구퇴출, 피해자 법률상담 지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와 본인 인정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드러날 경우, 문체부와 관계 단체는 피해자의 용서 여부, 폭력행위의 수위, 피해자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구 퇴출부터 출장 정지, 사회봉사 등 제재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징계 정보 통합 관리 방안 수립 계획도 세웠다. 문체부는 종목단체별 징계정보 통합관리에 더해 가해 학생선수에 대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를 징계 정보에 포함해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프로스포츠 구단, 실업팀, 국가대표 등에서 선수를 선발할 때 학교폭력 관련 이력을 확인해 선발을 제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폭력을 근절할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관계 당국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기존 대책도 과거 발생한 학폭 사건에 대한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정책 대부분 역시 체육계에 국한돼 있어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에는 학교폭력의 피해 유형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학습이 늘어나면서 사이버 폭력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중 사이버 폭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체 학교폭력 피해 유형 가운데 사이버 폭력의 비율은 2018년 8.7%, 2019년 8.9%, 2020년 12.3%로 증가했다. 폭력 피해장소가 학교 밖인 경우도 2019년 25.1%에서 2020년 35.7%로 대폭 늘었다.

사이버 폭력을 지칭하는 신조어와 은어까지 등장한 상태다.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욕설을 퍼붓는 ‘떼카’, 대화방에서 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카톡유령’, 따돌림 대상만 남겨두고 대화방을 나가버리는 ‘방폭’, 피해 학생의 무선데이터를 갈취하는 ‘와이파이 셔틀’ 등 명칭만 봐도 알 수 있듯 다양한 유형의 폭력이 점차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학교 내 전문 인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사이버 폭력 관련 내용을 학교 수업으로 편성한 영국, 주마다 사이버 폭력에 대한 법 규정을 두고 처벌을 강화한 미국처럼, 정부가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학교 폭력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이달 중으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1년 시행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겠단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면, 지금처럼 학교폭력을 사후 처리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는 학교폭력 교육이 학기당 1회 이뤄지고 있고 이마저도 대부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교육 과정 속에서 폭력이 얼마나 반민주적이고 반인간적인지 끊임없이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예방적 차원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는 “형벌의 목표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것”이라며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에게는 어떤 처벌도 할 수 없지만, 때에 따라 나이와 상관없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있을 때 행동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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