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칼럼] 사회에 희망을 주는 교회

정재영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등록일:2021-01-04 11:42:08

  • 인쇄하기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우울한 새해맞이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새해가 밝았지만 주변에서 기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작년 한해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엄청난 고통을 경험했고, 우리나라는 비교적 나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연말에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전 국민이 심한 우울감에 빠져 있다.
 
체력이 고갈 난 의료진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 일자리에서 쫓겨난 직장인들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희망을 잃어버린 청년들로 우리 사회는 매우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교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성도들의 삶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예배당 예배가 제한되고 종교 집회와 소모임들이 금지되면서 신앙생활과 교회 활동이 큰 파행을 겪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일부 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3차 대유행에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한 선교단체는 수백 명이 모이는 집회를 가졌다가 감염자가 발생했는데 방역 당국에 동선을 숨기는 등 방역을 방해해 큰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일부 교회에서는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은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대면 예배를 강행하여 다수의 확진자를 발생시키도 했다.
 
이러한 일들로 인하여 확진자 발생이 줄지 않고 전염병의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으며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에는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하니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기대해보지만 충분한 임상 실험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그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또한 다수의 국민들이 접종을 마치고 집단 면역을 이루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적어도 몇 개월 이상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엄격한 거리 두기도 유지해야 한다. 올해 안에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종교에 기대하는 것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여전히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세상과 겉돌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지으신 세상을 사랑하시어 독생자를 인간의 몸으로 보내셨고 인간들의 죄를 담당케 하셨는데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의 본을 따라 ‘성육신’하지 못하고 스스로 거룩한 채 하면서 세상에 대하여 거리 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기독교인들은 복음을 전하여 사람들을 구원받게 하겠다고 하지만 그 복음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말만 앞세우고 있다.
 
사람들이 종교에 기대하는 것은 자신들을 윽박지르고 군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힘이 돼 주는 것이다. 그것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 교회의 한쪽에서는 비합리적인 신앙관을 가지고 사회적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윤리관으로 반사회적인 종교 활동을 하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교회가 세상과 다르기 때문에 받는 비난이라고 합리화 하는 모순을 드러내기도 한다. 교회가 세상의 길을 따르지 않아서 받는 비난은 마땅히 감수해야 하는 비난이다.
 
교회가 세상의 길을 따라 세속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자기 유익만 쫓으려고 하지 않고 더 정직하고 도덕적이기를 요구했을 때 사람들이 이것을 불편해해서 비난을 하는 것이라면 예수님의 본을 잘 따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교회가 받는 비난은 대부분 교회의 모습이 사회에서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받는 것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대표적으로 산상수훈에 나타나 있다. 이 말씀은 세상의 이치와는 다른 하나님 나라의 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세상에서 성공하고 부유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기를 내려놓고 고난을 자초하고 자기를 희생하기를 명령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삶을 추구하지 않는다. 간디조차도, 자신은 산상수훈을 좋아하지만 기독교인들은 그 말씀대로 살지 않기 때문에 기독교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사회에 희망을 주는 교회
 
많은 석학들은 코로나로 인한 위기를 기회의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인류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환경 문제, 그리고 재난과 위기 상황에 더 취약한 계층들을 위한 사회 불평등 해소 등의 문제가 있음에도 현재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해서 유지돼 왔다.
 
그래서 한 목소리로 이 시기가 그동안 이루지 못한 개혁을 감행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시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이를 기회 삼아 인류를 위한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 파괴는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증가시키고 있어 인간의 삶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기후변화로 지구의 물 순환이 바뀌고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면서 인간의 문명이 빈번한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코로나19 역시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파괴된 모든 생물이 대대적인 이주를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코로나 이후에도 또 다른 바이러스나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성장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 탐심을 바탕으로 한 소비 위주의 삶을 바꾸어 베풀고 나누는 삶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
 
이것은 성경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창조 세계가 그 지으신 원리에 따라 작동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며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위대한 종교는 세상의 법을 초월하는 자기희생과 숭고한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종교인이라면 그러한 가치를 품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세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더 정직하고 도덕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역동적이며 폭발력이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교회여야 한다.
 
새해에는 세상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교회를 통해서 사회에 희망을 주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c)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작성0 / 최대600바이트(한글300자)선거실명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