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칼럼] 성찰이 필요한 한국교회

정재영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등록일:2020-12-05 11: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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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코로나19의 충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한국 교회는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 코로나 상황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3차 대유행에 따라서 예배당에서 예배드릴 수 있는 인원이 다시 제한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소식도 들리고 있으나 언제 접종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고 접종을 시작하더라도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코로나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예배에 대한 제한이 풀려도 성도들은 혹시 모를 위험 때문에 예배당에 나오기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교회 헌금도 줄어서 교회마다 지출을 줄이고 있고 내년 예산도 삭감해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고난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수개월이 될지, 수년이 될지 모르는 고난 끝에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교회당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코로나가 종식된 후에는 다시 찾아올 것인지 부실해진 교회 재정이 이전으로 회복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한번 인식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면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기는 매우 어렵고 설령 회복이 된다고 해도 단시일 안에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세계의 많은 석학들이 이 위기를 기회의 시간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류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환경 문제, 그리고 재난과 위기 상황에 더 취약한 계층들을 위한 사회 불평등 해소 등의 문제가 있음에도 현재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해서 유지돼 왔다.

그래서 한 목소리로 이 시기가 그동안 이루지 못한 개혁을 감행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시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이를 기회 삼아 인류를 위한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찰의 필요성

울리히 벡은 이미 오래 전에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성찰과 반성이 없이 근대화를 이룬 현대사회가 많은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음을 주장한 바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이것이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발전과 같은 기술의 발전은 에너지 효율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그에 따른 위험 요소도 함께 증가시킨다.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성찰의 중요성이 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 시민 사회의 공론장을 통해서 성찰해야 하고 집합적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상하지 못한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이다. 개신교가 이 땅이 전래된 지 130년 지났다. 전래 초기에는 신흥 종교였던 개신교가 불과 1백 년이 지난 시점에 우리 사회에서 주류 종교가 됐으며, 지금은 신자 수에서 1위가 됐다.

그러나 성장주의과 개교회주의에 사로잡힌 한국교회는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다. 교회 성장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자리 잡게 되면서 교회 본연의 역할은 부차적인 자리로 밀려나게 되었고 여기에 다른 교회들을 경쟁상대로 여기는 개교회주의가 심화되면서 교회들 사이에 협력과 연대도 어렵게 됐다.

개교회가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의 개교회주의는 ‘개교회가 교회 내의 인적, 물질적 자원을 사용하는 데에서 개별교회의 유지와 확장에 최우선권을 부여하는 부정적인 태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교회성을 상실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공유지의 비극’을 맞이하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방목장에선 농부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소를 끌고 나오는 것이 이득이므로 그 결과 방목장은 곧 황폐화 되고 만다는 것을 경고하는 개념이다.

마찬가지로 교계에서도 모든 교회가 자기 교회의 성장과 이익을 위해 주변의 다른 교회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 교회 중심의 활동을 한다면 교회들 사이에 협력은 불가능해지고 교회에 대한 인식마저 나빠져서 전체 한국 교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더 큰 위기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에 대한 목회자들의 신뢰도는 2012년 63.2%에서 2017년 35.5%로 5년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교인 수가 적은 작은 교회에서는 신뢰도가 더 적었다. 교회 지도자인 목회자조차도 교회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대와 협력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성찰의 구조화

한국교회는 성찰이 필요하다. 성도 개인도 성찰이 필요하고 공동체로서의 교회도 성찰이 필요하다. 지난 한 해만 아니라, 이제까지의 모든 삶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한다. 이제까지 이뤄온 교회의 외형적 성장과 신앙의 모습들이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성찰의 또 다른 의미는 내부에 성찰의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교회 현실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공론장이 구성돼 있어야 한다. 시민 사회 영역에서 사회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듯이 교회 문제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서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자정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 안에서는 합리적인 토론이 매우 어렵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고 이들은 이제까지의 관행과 제도화된 관습에 따라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교회 안에서 발언권을 가진 이들은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중직자들이다.

이들의 사고는 젊은이들의 사고와는 사뭇 다르다. 틀에 박힌 사고로는 한국교회 안에 켜켜이 쌓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다. 변하지 않는 교회의 모습에 실망하여 떠나는 사람만 늘어날 뿐이다.

이제 교회 안에도 다양한 의사소통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고 다양한 언로가 확보돼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또는 소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 언제나 스스로 돌아보고 다양한 의견을 담아낼 수 있는 성찰의 구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전래 초기 교회의 전통을 이어받아 교회 안에서 다양한 토론이 활성화돼야 하고 SNS는 가짜뉴스의 전달통이 아니라 건전한 공론장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이 교회 운영과 성도들의 신앙생활에도 반영돼야 한다.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성찰과 개혁을 통해 한국교회가 코로나의 위기를 극복하고 스스로 거듭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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