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5일 기독교회관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 협력위원회(이하 협력위원회, 위원장 윤길수 목사) 제4차 회의를 열고, 부산 총회 한국준비위원회(KHC)와의 실무협의회를 구성, 총회 준비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5일 오전 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된 WCC 부산총회 협력위원회 회의.ⓒ뉴스미션

협력위원회는 지난달 열린 제2차 회의에서 부산 총회의 원활한 준비와 협력을 위한 실무협의회의 구성을 KHC에 제안하기로 결의하고, 이 같은 뜻을 공문으로 KHC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KHC 측에서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응답을 하는 대신 준비위원장 박종화 목사가 협력위원회 윤길수 위원장과 실무 총괄 정해선 국장을 만나 실무협의회 구성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실무협의회를 개최할 것인가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으나, 총회 준비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실무협의회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오는 8일 오전 7시 KHC 사무국에서 첫 번째 실무협의회를 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실무협의회에 제시할 부산 총회 관련 8가지 우선 사업의 내용을 확정했다. 8가지 우선사업은 △평화열차 △평화캠페인 △에큐메니칼 대화 △마당 프로그램 지원 △에큐메니칼신학원(GETI) 등 교육훈련원 교육사업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 관련 실무 작업 △‘한국교회사 명장면 100선’ 영문판 발행 △한국교회 신학 소개 책자 영문판 발행 등이다.
 
교회협은 이 사업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안을 8일 회의에서 제시할 예정이다. KHC 역시 KHC 차원에서 진행할 사업의 계획과 예산안을 이날 회의에서 제시할 예정이다. 이렇게 양측의 사업계획과 예산안이 제시되면, 협의를 통해 이 사업들을 다시 배분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작업을 실무협의회를 통해 진행하게 된다.
 
8일의 실무협의회에는 협력위원회 측에서 윤길수 위원장을 비롯, 황문찬 부위원장, 정해선 실무 총괄, 그리고 교회협의 김태현 일치협력국장, 이훈삼 정의평화국장, 이근복 교육훈련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KHC 측에서는 박종화 준비위원장과 조성기 사무총장, 그리고 실무 국장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력위원회에서는 또, 실무협의회를 마친 뒤 빠른 시일 안에 회원 교단 에큐메니칼 담장자와 부산 총회 실무 담당자 회의를 열어 실무회의의 결과를 바탕으로 총회 준비를 위한 역할을 나누어 맡는 작업을 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또한 오는 12일에 다음번 협력위원회를 소집, 실무협의회의 결과를 정리해 오는 18일 열리는 교회협 실행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해설] ‘협력과 조정’으로 가는 길 곳곳에 ‘지뢰밭’
 
WCC 부산 총회 협력위원회가 KHC에게 ‘실무협의회’의 구성을 제안한 이유는, 교회협 차원에서 계획하고 있는 우선 사업과 현재까지 KHC와 협력하고 있는 사업과 예산 등을 회원교단과 함께 공유하고, 부산총회를 위해 책정된 국고보조금 20억 원의 집행, 정산, 회계, 감사 등 회계에 관한 안정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 ‘부산 총회를 위한 협력위원회’를 구성한 이유 자체가 사실은 교회협과 KHC가 별개로 부산 총회를 준비해 나가는, 이른바 ‘투 트랙’의 구조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협의회적 논의구조가 배제된 ‘투 트랙’ 구조 속에서 ‘실무협의회’ 같은 논의구조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면, 총회 준비를 위한 사업이나 에산 운용 등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협이 KHC에게 ‘실무협의회’의 구정을 제안하고, 또 KHC가 이를 수용했다고 해서 부산 총회 준비 작업이 양자 간의 협력을 통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으리라고 속단하기는 아직 어렵다. 무엇보다, 교회협과는 달리, KHC의 입장에서는 아직 이를 공식화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실무협의회’를 둘러싼 양측의 대응 방식의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교회협은 공식적으로 공문을 통해 ‘실무협의회’의 구성을 KHC에 제안했다. 그리고 이에 동의한다면 그 의사를 공문을 통해 공식으로 밝혀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KHC는 공문을 보내지 않은 채 ‘구두로’ 실무협의회의 구성에 동의했다. 더구나 KHC의 상임위원회 등 공식 논의구조를 통해 이 문제가 논의된 바도 없다. 말하자면 KHC의 입장에서 본다면 ‘실무협의회’는 아직 ‘공식적인 협력기구’가 아닌 셈이다.
 
이는 결국 실무협의회를 통한 논의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언제라도 KHC가 논의 자체를 중단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교회협으로서는 이에 대해 아무런 공식적인 제재나 항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KHC의 입장에서는 실무협의회의 논의 내용에 대한 책임성이나 강제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실무협의회를 통해 논의될 사업의 내용이나 예산 역시 만만치 않은 부분이다. 교회협으로서는 이른바 ‘우선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8가지의 사업을 책정해 놓았다. 그런데 여기에는 WCC 부산 총회 예산 내역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 들어 있다. ‘한국교회사 명장면 100선 영문판 발행’과 ‘한국교회 신학 소개 영문판 발행’ 등이 그것이다.
 
교회협은 ‘한국교회사 명장면 100선 영문판 발행’에 5500만원, 그리고 ‘한국교회 신학 소개 영문판 발행’에 5000만원의 예산을 각각 책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부산 총회 전체 예산안에는 에 대한 항목이 들어 있지 않다. 물론, 부산 총회 전체 예산 중 각종 홍보 출판물을 위한 예산 6억3000만원이 책정돼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홍보 인쇄물, 홍보물, 총회 안내책자 등을 위한 예산이지, 한국교회사나 한국교회의 신학을 소개하는 책자를 발간하기 위한 예산이 아니다.
 
총회 전체 예산안과 교회협 우선 사업의 예산 규모가 다른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회협은 평화열차 프로그램에 5억8373만여 원의 예산을, 그리고 평화 캠페인에 3악원 등 총 8억8300여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부산 총회 전체 예산안에서 두 프로그램을 합친 ‘한반도 평화 프로젝트’에 배정된 예산은 4억 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차이들은 실무협의회의 논의 과정을 통해 조정돼 나가야 할 것들이지만, KHC 측에서 실무협의회에 대한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조정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시 말해서 양측이 ‘실무협의회를 통한 협력과 조정’에는 동의했지만, 그 길목 곳곳에 ‘지뢰밭’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 같은 조정과 협력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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