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수원제일교회에서 김근영 목사를 만났다. ⓒ데일리굿뉴스
▲ 지난 21일 수원제일교회에서 김근영 목사를 만났다. ⓒ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며 교회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다음세대는 소멸 직전이다. 미래가 어둡다. 하지만 수원제일교회의 이야기는 다르다. 70년 넘게 지역사회의 손과 발이 되어주며 날로 부흥 성장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 순대골목을 가로지르자 우뚝 솟은 첨탑 건물이 눈에 띄었다. 교회가 자리한 가파른 지동언덕을 오르자 화성행궁이 한눈에 보였다. 중세 고딕풍의 교회 외관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색다른 정취를 자아냈다. 

김근영 목사는 2017년 수원제일교회에 부임한 여섯 번째 담임목사다. 교회 역사를 막힘없이 읊는 모습에서 교회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다. 김 목사는 지난해 교회 창립 70주년을 맞아 표어를 '세상에 선물이 되는 교회'로 삼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에 부임한 지 7년 만에 70주년을 맞은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지역사회에 복음과 나눔을 선물하며 은혜의 시간을 누렸다"고 밝혔다. 

70년 동안 이어진 '이웃 사랑'

1953년 6.25 전쟁의 화마 속에서 설립돼 지역사회와 오랜 역사를 함께한 수원제일교회는 성장을 거듭하며 봉사에 특화된 교회로 자리매김했다. 교인들은 구제팀과 독거노인 섬김팀, 주거환경개선팀, 호스피스팀 등으로 팀을 꾸려 조직적으로 봉사에 임하고 있다. 보다 전문적인 지원을 위해 2015년부터 복지재단 '노을빛장애인보호센터'와 '노을빛지역아동센터'를 개소해 운영 중이다. 

김 목사는 "교회터인 지동언덕은 공동묘지 자리로 전쟁 피난민들이 거주하던 곳"이라며 "낙후된 지역 특성상 아직까지 독거노인과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등이 많이 살고 있다. 그만큼 교회가 섬겨야 하는 이웃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회는 구청이나 학교, 돌봄센터 등과 협력해 공공기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를 메꾸고 있다. 이제는 위기가구가 발생하면 통장들이 먼저 교회에 연락할 정도다. 교회가 오랫동안 섬김을 실천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 목사는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곳이 교회"라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생 전반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 주거환경개선팀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 (사진제공=수원제일교회)
▲ 주거환경개선팀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 (사진제공=수원제일교회)

수원제일교회의 지역 사랑은 남다르다. 교회 비전도 지역명인 '수원(SUWON)'이다. '수원'을 한자로 풀이하면 '물의 근원지'인데, 수원이야말로 '복음과 부흥의 진원지'라고 김 목사는 의미를 부여했다.

수원의 알파벳 철자에는 교회의 핵심가치를 반영했다. 성장(Spiritual worshipper), 성숙(United in fellowship and discipleship), 해외 선교(world-changing christians), 지역 선교(one heart with our neighbors), 다음세대 교육(next generation leaders) 등이다. 

'수원', 한 마디면 교회의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김 목사는 "가장 중요한 건 성도들이 복음으로 감화돼 일상 속 선교자로 서는 것"이라며 "에스겔 47장 12절에 나오는 내용처럼, 지동언덕에서 발원한 은혜의 생수가 지역 곳곳에 굽이쳐 흐르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모든 사역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 수원제일교회 새벽이슬 청년부는 매년 '새벽이슬 행복축제'를 개최한다. (사진제공=수원제일교회)
▲ 수원제일교회 새벽이슬 청년부는 매년 '새벽이슬 행복축제'를 개최한다. (사진제공=수원제일교회)

다음세대가 앞장서는 교회

교회는 청년들이 주축이 되면서 부흥의 불씨가 커졌다. 청년들의 활동이 유독 활발한 교회다. 청년들이 자진해서 반찬 배달과 수리 등 다양한 봉사에 나서고 있다. '불금'을 포기하고 매주 금요일 철야에 나오는 청년만 100여 명이 넘는다. 

지난 한 해 동안 새신자로 등록한 청년만 200명에 달한다. 지난 석 달간에는 무려 70여 명이 교회에 등록했다. 청년들이 교회에 자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이제 수원제일교회를 논할 때 '새벽이슬 청년부'를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다음세대를 세운다'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대하면, 청년들도 이에 응답해 교회 전체가 영적으로 끈끈해진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김 목사는 "달라질 게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역들을 뚝심있게 감당하면서 지역사회에 '선물' 같은 존재로 계속 남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수원 지역을 넘어 한반도와 전 세계 복음화를 위해서도 정진하겠다고 했다.

"절망스러운 시기라고 하지만 아직 교회에 희망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낮은 곳에 은혜를 흘려보내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일하십니다. 복음의 전달자로 한국교회가 다시 설 때 회복의 역사가 시작될 것입니다."

▲ 수원제일교회 금요생명기도회. (사진제공=수원제일교회)
▲ 수원제일교회 금요생명기도회. (사진제공=수원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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