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배분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에도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 공방이 계속됐다.

정부가 대통령이 나서서 "아무리 어려워도 국민만 바라보겠다"며 의지를 재차 강조하자 의사단체는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일로 밝힌 25일을 앞두고 집결하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도 필수의료 강화 대책을 내놓으며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증원배분 발표 앞두고 '전운'…'지역국립대·미니의대' 2배 수준 늘듯

의대별 정원 배분이 20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학별 정원이 발표되면 사실상 정부의 '2천명 증원'이 확정되는 것인 만큼, 의료계는 '파국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2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한 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원 배정 결과를 공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원된 정원은 비수도권에 80%(1천600명), 수도권에 20%(400명)가량 배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역의료 발전과 소규모 의대의 역량 강화 필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비수도권 거점국립대와 입학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 정원이 2배가량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전국 40개 의대 정원 3천58명 가운데 수도권 정원은 13개교 1천35명(33.8%), 비수도권 정원은 27개교 2천23명(66.2%)인데, 정부 구상대로라면 수도권 정원은 1천435명, 비수도권 정원은 3천623명이 된다.

정원 배분의 최대 수혜자는 '비수도권 거점국립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립대병원 등 지역 거점병원을 수도권 '빅5'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해 거점국립대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고 교수진도 강화할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제주와 강원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지역 국립대 의대 정원이 최대 200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도권 '소규모 의대' 역시 증원 혜택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비수도권 의대 중에선 건국대(충주)·대구가톨릭대·을지대·울산대·단국대 등의 정원이 40명으로 가장 작다. 가톨릭관동대·동국대(경주)·건양대·동아대 등 6개 대학 정원도 각 49명으로 소규모다.

배정이 완료돼 대학에 통보되면 각 대학은 증원된 정원을 학칙에 반영한 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승인을 받아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게 된다.

전국 의대 최종 모집정원은 통상 5월 발표되는 '신입생 모집요강'에 반영된다.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대구시의사회와 경북도의사회 소속 회원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포함된 '의료개혁 4대 패키지 정책' 추진을 비판하는 'Stop! 의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대시민 설명회'를 열고 있다.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대구시의사회와 경북도의사회 소속 회원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포함된 '의료개혁 4대 패키지 정책' 추진을 비판하는 'Stop! 의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대시민 설명회'를 열고 있다. 

尹대통령 "국민만 바라보겠다" vs 의협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의대 정원배분 발표를 앞두고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만 바라보겠다"면서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아무리 어렵고 힘든 것이라 하더라도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의료 개혁이 바로 국민을 위한 우리 과업이며 국민의 명령"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일각에서 '단계적 증원' 내지 '증원 결정 연기'를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증원을 늦추면 늦출수록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며 일축했다.

특히 "매년 국민이 의사 눈치 살펴야 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냐"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20일 의대 정원배분 발표를 앞두고 증원 추진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브리핑을 통해 '돌아올 수 없는 강', '파국적 결과' 같은 격한 표현으로 반발했다.

의협은 "정부가 작금의 위기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윤 대통령과 정부는 이 사태를 초래한 잘못에 대해 국민 앞에 솔직히 사과하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의대별 정원이 확정 발표된다면 이는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동시에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다리마저 끊어 버리는 파국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국가 백년대계인 의대 교육을 훼손하고 세계 최고인 대한민국 의료를 붕괴시키는 국가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1천308명에게 즉시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공시 송달했다.

의료계의 반발이 의대 교수들로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전공의에 대한 처벌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복지부는 전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김택우 위원장과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에게 3개월 면허 정지를 최종 통지하기도 했다.

비대위 참석하는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참석하는 서울의대 교수

의대교수들 "25일 사직서 제출"…정부 "국민 납득 못해"

정부의 의대 정원배분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움직임은 더 커지고 있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5일 오는 25일을 사직서 제출일로 정한 가운데 연세대 의대교수 비대위와 서울대 의대교수 비대위가 같은 날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연대의대교수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2천명 의대정원 증원 및 충분한 준비없는 의료정책 강행으로 교육 및 의료 생태계는 혼란에 빠졌다"며 "관련정책 책임자는 국민 고통에 대해 사죄하고 대통령은 잘못된 정책 추진자들을 해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집단 사직을 시사한 만큼 조만간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가 정한 25일에 사직서를 제출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은 20일 의대 정원 배분이 발표되면 더 커질 전망이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22일 회의를 열고 각 의대의 사직서 제출 계획을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 15일까지 집단 사직을 결정한 의대는 16곳이었다.

그동안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현재 전공의들에 대해 진행 중인 행정처분 절차가 완료돼 면허정지 사례까지 나오면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이런 집단사직 움직임을 비판하는 한편 묵묵히 필수의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수본 회의 브리핑에서 "무책임하게 환자를 버리고 떠난 제자들의 잘못된 행동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의료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 온 사회지도층으로서 의대 교수님들이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방식으로 뜻을 관철하려 하고 정부의 무릎을 꿇리려 하는 행동에,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나아가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날도 '대안적 지불제도'를 도입에 약 2조원을 투입하겠다며 필수의료 강화책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수술이나 응급진료를 위한 의료진의 대기 시간에도 보상하는 한편, 중증 소아 분야의 난도가 높은 수술에 추가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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