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식 교수 ⓒ데일리굿뉴스
 ▲박태식 교수 ⓒ데일리굿뉴스

사도시대 교부였던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는 “요한복음은 육적인 것들에만 관심을 쏟는 초대 주석들(공관복음)을 보충해 영적인 복음서를 쓰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요한복음을 ’영적 복음서‘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요한복음과 공관복음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놓여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양쪽에 실린 내용을 비교해보면 문학적인 유사점을 찾기 어렵다. 우선 요한복음의 구조를 간단히 정리해보자.

1:1∼18: 프롤로그(로고스 찬가)/ 1:19~12:50: 예루살렘의 공생애 (일곱 기적)/ 13:1~30: 최후만찬 준비/ 14:1~17:26: 고별 설교/ 18:1~19:42: 수난(체포와 재판과 십자가 처형)/ 20:1~31: 부활(빈 무덤과 발현 사화)/ 21:1~25: 제2 작가의 에필로그.

이제 요한복음의 구조를 바탕으로 복음서의 구성 원리를 찾아보자. 복음서의 구성에서 공생애의 시작에서 설정된 성전정화 사건(2,14~22)은 십자가와 부활에 담긴 구원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성육신(成肉身)하신 분이 곧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리라는 사실을 명료히 짚어주기 위해, 고난에 대한 암시들이 마치 복음서 전체를 관통하듯 곳곳에 들어있다(2:1, 4, 10:11, 15, 17 등). 

성육신과 십자가는 세족(洗足) 사건(13:1~20)과 마찬가지로, 아래로 향한 사랑의 행위다. 이 사건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새로운 형제애를 경험한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직접 보여준다. 예수님 역시 그런 삶을 살았고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스스로 완성했다. 

요한복음에 드러난 계시는 십자가에서 완성됐으며, 바로 그곳에서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13:1, 32, 14:31 등) 성서의 예언이 이뤄진다(19:28). 즉 인간이 된 그리스도가 “이제 다 이루었다”(19:30)고 말씀하신 곳이 바로 십자가다. 

그처럼 십자가에서 수치스럽게 죽은 이는 하나님으로부터 높임을 받은,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로고스)인 것이다. 그처럼 요한복음에는 아들의 높여짐과 십자가가 철저하게 맞물려 있다(12:27~33 참조). 

그만큼 요한복음은 매우 정교한 구성 원리로 이뤄져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하나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두고(1:1, 10:30, 17:21), 그 중심에는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이 되신 하나님이 서 계시다. 

요한복음 신학의 특징으로 복음서 전체의 성격을 결정하는 성육신은 이미 서문(1:1~18)에서 잘 설명돼 있다(14절). 이는 세상에서 활동하신 그리스도가 갖는 구원의 의미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고, 여기서 분명히 드러나는 사실은 예수님의 생애 전반에 십자가 사건에 대한 암시가 빠짐없이 들어있다는 점이다(1:29, 36). 하나님과 예수님의 하나이심, 성육신, 십자가가 요한복음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것이다.

박태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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