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족이 늘면서 야외활동 중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캠핑족이 늘면서 야외활동 중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박상우 기자 = 최근 캠핑을 즐기는 캠핑족이 늘면서 야외활동 중에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5월에 발표한 ‘캠핑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캠핑이용자는 2021년 기준 523만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301만명이었던 캠핑이용자수는 2020년 534만명으로 급증하더니 2년 연속 500만명대를 기록했다.

캠핑족이 늘어나면서 캠핑용품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 2조6,474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2021년 6조3,000억원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문제는 캠핑용품을 잘못 사용하거나 하자로 인한 인명피해다. 캠핑장 특성상 전기제품을 사용하는데 제약이 많아 목재, 가스, 석유 등 연료를 태워 사용하는 연소기의 인기가 높다. 등유나 목재를 태우는 난로, 휴대용 부탄가스캔을 연결해 사용하는 온수매트, 등유캔이나 가스캔을 연결해 사용하는 랜턴(조명기기), 요리용 화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들은 ‘죽음의 가스’라고 불리는 일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불완전연소로 인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연소기를 사용할 경우 산소가 빠르게 감소하고 일산화탄소 발생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국립소방연구원이 지난 1월에 진행한 실험에서 장작과 조개탄을 넣은 화로를 텐트 안에 넣었더니 1분 만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500ppm까지 치솟았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400ppm가 되면 1~2시간 후 두통이 발생하고 1,600ppm가 되면 2시간 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어 가스와 등유를 사용하는 난방기기를 텐트 안에 넣었더니 일산화탄소 농도는 공기 중 허용농도인 50ppm 미만이었으나 이산화탄소가 급증해 최대 4만5,000ppm(공기 중 4.5%)에 도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5%일 경우 어지러움, 두통, 호흡곤란의 증상이, 8%에서는 의식불명과 사망 가능성이 높다.

또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차량 안에서 가스기기를 사용하면 일산화탄소 농도가 최대 6,000ppm까지 치솟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0~15분 내 사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농도다. 즉 사용공간(부피) 크기가 작을수록 일산화탄소 농도가 빠르게 증가한다는 게 가스안전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이 일산화탄소가 매우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들떠 방심하다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야외활동 중에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야외활동 중에 발생한 사고는 총 140건(텐트 114건, 차량 26건)으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발생한  3건보다 무려 46배 많다.

이로 인해 전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2014~2018년 38건에서 2019~2022년 557건으로 무려 14.7배 급증했다. 또 야외활동 중 발생한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4~2018년 7.9%에서 2019~2022년 25.1%로 17.2%p 늘었다.

여기에 주로 겨울철에 발생했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봄철과 여름철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봄철(3~5월)에 발생한 사고는 98건, 여름철(6~8월)에는 13건이 발생했다. 특히 여름철에 발생한 사고 중 7건이 텐트에서 난방기기를 사용하다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캠핑용품별로 보면 온돌 장작·숯·화목보일러 등 목재류에 의한 사고가 20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탄가스를 이용한 난로·온수매트 등 가스류가 167건, 연탄난로 및 보일러 등 석탄류가 158건, 등유 난로 등 석유류가 26건 순이었다. 

이 중 야외활동 중 발생한 사고는 가스류가 7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목재류가 31건, 석탄류가 11건, 석유류가 5건 순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은 대부분 사고가 연소기 기반 제품을 텐트 안이나 차량 안에 놓고 사용하다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수는 504명이다. 이 중 텐트에서 114명, 차량에서 2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차량에서 발생한 사상자 중 심정지 환자 비율이 다른 장소보다 높다. 차량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수는 7명으로, 차량 사상자의 26.9%에 해당된다. 반면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수는 주거시설 사상자(354명)의 5.4%인 19명에 불과하다. 즉 공간이 좁을수록 심정지환자 발생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연소기를 밀폐되지 않은 공간에서 사용해야 하며, 만일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해야 한다면 환기를 자주 하고 가스감지기를 설치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 무자극이기 때문에 중독되기 전까지는 누출 여부를 인체가 감지할 수가 없다”며 “연소기를 사용할 때 환기를 자주 하고 특히 수면을 취할 때는 반드시 출입구를 충분히 개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스난로 사용 시 온도조절이나 연료 절감의 이유로 밸브를 절반 이하로 개방하면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며 “밸브를 절반 이상 개방하고 환기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립소방연구원에 따르면 일산화탄소의 단위부피당 질량이 산소보다 작고 부력에 의해 상승하기 때문에 텐트나 차량 상부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연소기에서 가스가 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만일 어지럼증이나 두통이 있으면 재빨리 텐트나 차량에서 나오고 중독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면 밀폐된 공간을 환기하고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환자를 평평한 곳에 눕히고 다리를 들어 올려야 한다.

곧 캠핑 시즌이 개막한다. 즐겁고 행복한 캠핑이 ‘죽음의 가스’로 인해 최악의 캠핑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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