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홍수 때 충신 구한 나무…청주 압각수, 천연기념물 된다

도심 공원에 자리한 900살 은행나무…역사적 근거·가치 인정

2025-11-26     데일리굿뉴스
 ▲900년 넘게 생명력을 이어오며 충북 청주를 지켜온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된다.(청주시 제공, 출처=연합뉴스)

 900년 넘게 생명력을 이어오며 충북 청주를 지켜온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된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자연유산위원회는 최근 열린 동식물유산분과 회의에서 '청주 압각수'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안건을 검토해 가결했다.

청주 압각수는 청주 시내 중앙공원에 위치한 은행나무를 일컫는다.

압각수는 은행나무를 부르는 이름 중 하나로, 수령(樹齡·나무의 나이)이 약 900살로 추정된다. 높이가 23.5m, 지표면에서 약 1.2m 높이에서 잰 둘레는 8.5m에 이른다.

오랜 세월을 견뎌오면서도 매년 가을이면 온몸을 샛노랗게 물들인다.

청주 압각수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나무로 여겨진다.

조선 전기에 편찬한 지리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고려 말 충신이자 대학자로 이름 높았던 목은 이색(1328∼1396)과 관련한 일화가 기록으로 전한다.

1390년 무신 윤이, 이초 등이 이성계(훗날 조선 태조·재위 1392∼1398) 일파가 명나라를 침공하려 한다고 무고했을 당시 이색을 비롯한 여러 학자가 옥에 갇혔다.

이초의 옥(獄) 혹은 이초의 난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이색을 비롯한 어진 신하 10여 명이 모함으로 청주 감옥에 갇혔다가 큰 홍수를 만났을 때 압각수에 올라가 화를 면했다고 한다"는 이야기가 남아있다.

 ▲'택리지' 표지와 압각수 관련 내용을 기술한 부분. 자연유산위원회 회의록에 첨부된 지정 조사 보고서 일부.(국가유산청 제공, 출처=연합뉴스)

이 소식을 들은 왕은 이들의 죄가 없음을 하늘이 증명하는 것이라 여겨 석방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여러 문헌과 '청주읍성도' 지도 등에 은행나무가 그려져 있다.

청주 압각수는 다른 은행나무와 비교해도 독특한 가치를 갖는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 문묘 은행나무, 경기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강원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등 올해 10월 기준 총 25그루의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지정 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역사적 근거와 가치가 충분하다"며 "은행나무와 관련한 여러 별칭 중 유독 이 나무에만 '압각수'란 이름이 붙어 이어지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국가유산청은 내부 검토를 거쳐 조만간 '청주 압각수'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관보를 통해 알릴 예정이다.

출처=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