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인구보다 많은 '80만 무속인'?…실제 무당 수 늘었나
SNS서 퍼진 '80만명설', 근거 부족…무속인 실태 조사 전무 "무속인 흉내 내는 사람 늘어"…'사업자 등록' 필요 주장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국내 활동 무속인 수가 과거에는 20만 명 수준이었다가 현재는 80만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80만 명은 서울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자치구인 송파구의 전체 주민 수보다도 큰 규모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송파구 주민등록인구는 64만5,052명이고,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강남구는 55만6,462명이다.
또한 80만 명은 국내 카페 종사자 수의 두 배가량 되는 숫자다. 국가데이터처 서비스업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커피전문점 수는 10만6,452개, 종사자는 28만9,400명이다.
실제 이렇게 무속인 수가 많은 것일까. 무속인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최근 급증했다는 주장이 맞는지 살펴보고 무속 관련 사업 실태를 확인해봤다.
활동 무속인만 80만명?…협회는 체감 못 해
국내 활동 무속인이 80만명까지 급증했다는 온라인상 주장은 뚜렷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무속인은 사업자 등록 없이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공식 통계가 없다. 대신 무속인 단체 회원 수와 국가데이터처 전국사업체 조사에서 그 규모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무속인 단체인 대한경신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회원 수가 증가세인지에 대해 "요새 젊은이들이 신을 많이 받아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무속인 수가)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답했다.
2000년에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대한경신연합회는 2006년 회원 수가 14만명이었고, 2010년대 후반부터 약 30만 명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무속 관련 종사자의 추천 등을 확인해 가입을 허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기존 무속인에게 내림굿을 받아야 무속인이 될 수 있는데 연합회는 내림굿을 해준 무당을 포함해 추천서를 받고, 법당이 실제 존재하는 지 등 최소한의 검증 과정을 거쳐 회원 가입을 허용한다.
연합회 측은 고령 무속인의 은퇴·사망으로 인한 감소를 젊은 무속인 유입이 상쇄하면서 회원 수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무속인도 상당하다며 정확한 활동자 수는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신내림을 받은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전통 굿을 가르치는 협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국가문화유산 '서울새남굿' 이수자가 굿을 가르치는 한양굿예술연구보존회도 역시 무속인 수가 늘고 있다는 주장에 회의적이었다.
보존회를 운영하는 무속인 강영임 씨는 "(무속인이 늘었는지) 모르겠다"며 "과거보다 젊은이들이 무속에 관심이 커지긴 했지만, 이 현상이 무속인 증가로 이어지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무속인 통계는 제각각…"무속인 흉내 내는 사람 늘어"
숫자를 추정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정부 통계에서는 최근 무속 사업 종사자가 소폭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무속인 급증설'을 뒷받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가데이터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점술 및 유사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1만512명, 사업체 수는 9,895개로 집계됐다.
2020년 종사자 수는 9,692명, 사업체는 8,942개로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각각 8%, 10%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이 통계에는 사주·타로 등 유사 업종도 포함돼 있어 실제 무속인 수는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속인 수에 대한 시민 체감, 업계 추산, 정부 통계가 엇갈리는 이유는 무속인 실태 조사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통 무속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해 전승 체계를 갖춘 소수를 '보유자'(옛 인간문화재)로 인정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에 등록된 무형유산인 '서울새남굿', '동해안별신굿', '진도씻김굿' 등을 배우면 전수자, 3년 이상 전수 교육을 수료하고 심사를 통과하면 이수자가 된다.
또한 이수자 중 보유자 후보로 지정되는 전승교육사, 그리고 전승교육자 중 일부가 보유자가 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통계는 있지만 그 외의 무속인들에 대해서는 통계나 조사가 없다.
등록 무형유산 굿을 배운 무속인들은 대다수 무속인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무속인이 됐고, 어떤 수련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무형유산으로 등록된 굿 이수자인 A씨는 "다른 직업군에서는 학력·경력 등 이력을 공개하는데 무속인들은 자신이 어떤 신을 모시는지, 어떤 수련을 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며 "최근 2~3년 사이에 유튜브를 중심으로 검증되지 않은, 무속인을 흉내 내는 사람들이 늘면서 무속인이 급격히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돈 오가는 무속 사업…이력 공개·사업자 등록해야"
무속인 규모에 대한 통계가 부재한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무속인이 늘어나면서 무속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무속인 B씨는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일부 무속인들은 가짜 법당을 차리고 연기를 한다. 우리는 알지만 일반 사람들은 이를 구분하기 어렵다"며 "이들이 사고를 치면서 무속인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25일에는 조카를 악귀 퇴치 명목으로 잔혹하게 살해한 70대 무속인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해당 무속인은 지난해 "악귀를 퇴치해야 한다"며 자녀 등을 동원해 조카를 포박한 채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했다.
지난 6월에는 부산에서 활동한 무속인이 사기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가족이 화를 입는다"며 제사비 명목으로 돈을 챙겼다.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굿을 이수한 40년 경력의 무속인 C씨는 "과거에는 전통 굿을 배워야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 같은 선생님 밑에서 배우려면 자존심도 깎이고 시간이 걸리니까 요즘엔 잘 안 한다"며 "일부 무속인들은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속이 양지화된 만큼 과거와 다르게 사업자 등록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C씨는 지적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법당을 운영하는 그는 "무속이 문화가 아니라 막대한 돈이 오가는 사업이 된 만큼 세무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