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빠지면 출구 없다"…마약 확산, 예방·재범 방지가 관건 [중독과 맞서는 사람들]
② 윤흥희 남서울대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마약에 한 번 빠지면 평생 질질 끌려갑니다. 처음부터 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다시 빠지지 않도록 돕는 게 핵심입니다."
전 서울청 마약수사대 팀장이자 현재 남서울대학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윤흥희 교수는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마약은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막아야 할 총체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1980년대 청계천 일대에서 마주한 비행 청소년들로부터 시작됐다. 부탄가스를 흡입하다 검거된 10대들을 집까지 데려다주며 생활 환경을 들여다보니, 대부분이 이혼·결손가정이거나 맞벌이로 돌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윤 교수는 "'형사님이 알아서 하세요. 내놓은 자식입니다'라며 반쯤 포기하듯 내뱉던 한 어머니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청소년 약물 남용의 가장 가까운 원인은 가정 환경의 붕괴였지만, 결국 이는 사회·교육·지역 공동체가 함께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현재 한국의 마약 확산 양상을 '제2의 전환기'로 봤다. 과거에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 연예인·재력가 자녀층 등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청소년·대학생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를 통한 유통이 도시를 넘어 농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태국·베트남·캄보디아 등지에서 온 근로자들이 본국에서 쓰던 마약을 한국 농촌으로 가져와, 처음엔 자기들끼리 쓰다가 한국인들에게 건네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10대·20대가 투약을 넘어 공급과 판매까지 연루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 막지 못하면 우리나라도 얼마 안 가 마약 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윤 교수는 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영국·일본은 영유아 단계부터 약물의 유해성을 교육하지만, 우리나라는 영유아·청소년 대상 교육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중·고등학교 1~2학년과 대학 신입생을 '집중 예방 구간'으로 꼽았다.
"상급학교에 진학한 청소년은 새로운 환경과 친구를 만나 개방적인 상태가 되고, 이때 담배·술을 거쳐 마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수능 이후 혹은 대학 초기에 비밀 동아리나 소모임을 통해 마약을 접하는 경우가 있어 입학 초 예방 교육이 필수입니다."
윤 교수는 "효과적인 예방의 출발점은 실질적인 교육"이라며 "회복한 중독자나 수사 경험이 있는 경찰관이 직접 교육할 때 가장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예방 교육만으론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중독의 길에 들어선 이들의 재범 문제는 더 심각하다.
윤 교수에 따르면 국내 주요 범죄 가운데 재범률이 가장 높은 범죄가 마약이다. 그는 "중독자들은 출소할 때 '다시는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마약'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충동을 느낀다"며 "그러다 마약을 했던 동료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결심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핸드폰을 바꿔도, 이사를 해도 공급책이 찾아오는 구조를 끊어내지 못하면 재범의 악순환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그는 출소 직후부터 이어지는 지원 체계가 재범 방지의 관건이라고 짚었다.
"교도소를 나오는 순간 국가기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 치료기관과 바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중증 중독자는 약물치료와 자조모임, 집단 상담이 병행돼야 효과가 납니다."
특히 그는 치료 과정에서 '영적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중독자들에게서 병원 치료는 치료받는 기간 외에는 투약 욕구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탁구 같은 스포츠, 명상, 자연 속 걷기, 그리고 하나님께 매달리는 기도가 함께 갈 때 회복 효과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중독자들은 기도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고, 다시 살겠다고 결심한다"며 "이는 심리학적으로도 자기 성찰과 집중 훈련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무엇보다 중독자에게 낙인을 찍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가족·상담자·교회는 중독자에게도 다시 설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국가·지자체·민간단체·교회가 영적 자원을 적극 활용해 마약 문제를 해결할 때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