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안에 복음을 담다…"진짜 힘이 뭔지 말하고 싶었죠"
학폭 현실에 질문 던진 최지온 감독 영화 '힘' 오는 27일 전국 개봉
[데일리굿뉴스] 최상경 기자 = 학교 폭력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다. 영화계에선 숱하게 이 소재를 다뤘지만,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힘'은 익숙한 장르 한가운데 복음적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연출을 맡은 최지온 감독이 선택한 방식은 단순히 메시지를 설파하는 '설교형 기독 영화'가 아니다. 그는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이 이미 즐겨 보는 장르 안으로 들어가 그 속에 질문을 심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교회를 다니지만 하나님과 멀어진 평범한 학생 '박복'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잔혹한 학폭 앞에서 그는 분노로 흔들리고, 기도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최 감독은 "현실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라며 "고통 앞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건 '하나님께서 왜 돕지 않느냐'는 절망"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속에는 반복해서 '도움의 손길'이 등장한다. 교사, 친구, 전학생 '유신'까지 주인공에게 손을 내밀지만, 그는 그것을 하나님의 응답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거부한다.
"학폭 피해 학생들도 비슷합니다. 피해 학생들은 '일렀다가는 더 당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도움을 밀어냅니다. 이 영화는 신앙적 메시지 이전에 현실적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라'고요."
영화 제목 '힘'은 자연스럽게 신앙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작품 속엔 여러 형태의 힘이 등장한다. 학교 안 권력, 주먹을 앞세운 폭력, 집단의 분위기…. 그리고 어느 순간,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도 힘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가 처음 택하는 건 '복수'에 가까운 선택이다.
최 감독은 "힘이 생겼을 때 결국 무엇을 위해 쓰느냐가 핵심"이라면서 "크리스천 역시 세상 속에서 여러 힘을 갖게 되지만, 진정으로 의지해야 할 건 하나님께서 주시는 힘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에는 다양한 유형의 기독교인이 등장한다. 이들은 결코 '모범적'이지 않다. 교회에 충실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폭력 앞에서 침묵하는 인물, 신앙과 세상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이다.
"현실의 기독교인이 그렇지 않나요? 그래서 완벽한 믿음이 아니라 부서진 믿음에서 시작하는 회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관객이 영화를 보다가 '저건 내 모습 같다'고 느끼거나 '저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작품의 핵심 주제는 '로마서 5장 8절'이다. 최 감독은 "하나님은 우리가 무너졌을 때조차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며 "'힘'은 그 기다림과 돌아옴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포스터와 예고편 어디에도 '기독 영화'라는 표기가 없다는 것이다. 의도적인 선택이다. 그는 "목표가 교회 안 관객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그냥 액션영화를 보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신앙적 질문과 마주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저예산, 긴 편집 기간에 이어 첫 심의에선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최 감독은 "흥행이 목적이었다면 애초에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며 "한 사람이라도 하나님을 다시 바라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콘텐츠 생태계를 "거의 반(反)기독교적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요즘 콘텐츠에서 교회는 거의 부정적으로 소비됩니다. 기독 콘텐츠가 더 적극적으로 세상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2018년, 그는 같은 고민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기독 영화 제작사 액츠픽처스를 설립했다. 첫 작품 '매트'의 극장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OTT에서 꾸준히 재생되며 일부 교회에선 전도 영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하다. 그에게 영화는 선교의 한 방식이다.
"방법은 달라도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하나님밖에 답이 없다. 다만 이 메시지를 설교가 아닌 영화라는 언어로, 요즘 세대가 익숙한 장르 안에서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