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다층적·구조적 문제…교회 돌봄 역할 더 중요해져"
20일 제2회 애도목회포럼 개최 "공동체 돌봄으로 실질적 변화 필요"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한국의 자살률은 오랫동안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을 기록해왔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자살을 우울증이나 개인의 취약성으로만 보는 협소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사회적·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는 20일 감신교신학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자살 유가족과 목회돌봄'을 주제로 '제2회 애도목회포럼'을 열었다.
이날 의료계와 교계 전문가들은 자살을 개인의 병리로 축소하는 접근이 오히려 문제 해결을 지연시킨다며, 사회적 요인과 공동체적 대응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제발제를 맡은 이영문 아주편한병원 교육원장은 자살이 경제적 압박, 관계 단절, 상실, 돌봄 체계의 붕괴, 사회적 불안,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구조적 요인과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자살 원인을 우울증 하나에만 묶어두면 사회가 안고 있는 본질적 문제를 놓치게 된다는 지적이다.
통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우울증 진단률은 여성 중년층에서 가장 높지만 실제 자살률은 우울증 진단률이 낮은 남성 중장년층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자살을 개인의 정신질환으로만 설명하는 기존 틀이 실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인간의 내면은 다층적이기 때문에 우울과 자살을 단선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이분법적 해석"이라며 "자살을 '사회적 질병'으로 이해하고 다각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득형 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장은 실제 현장에서 만난 자살 유가족 사례를 언급하며, 개인을 절망으로 내모는 구조적 위험 요인이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소장은 "생활사건 증가, 불안정한 교육·고용 환경, 돌봄 공백, 관계 파괴 같은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접근은 자살 예방에도, 유가족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회가 정서적·사회적 지지 기반인 '지지환경(holding environment)'으로 기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최근 연구들은 종교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중요한 심리·사회적 자원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특히 교회는 고위험군인 자살 유가족이 상실을 애도할 수 있도록 안전한 자리를 마련하고 이를 목회 돌봄의 필수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는 한국교회 내 건강한 애도문화 확산을 위해 상담·교육·프로그램 개발·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며 치유와 돌봄의 공동체를 세우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