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클로버로 그려낸 '은혜의 미학'…"AI가 대체 못하는 영성 담다"
김동영 화가, 개인전 개최 내달 1일까지 인사아트센터서 열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네잎클로버를 찾듯 삶에 스며든 뜻밖의 은혜를 화폭에 담은 전시가 열렸다. 20년 넘게 네잎클로버를 소재로 작업해 온 기독 화가 김동영 작가의 개인전 'Embracing-품다'가 19일부터 내달 1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절제된 색감과 선의 조화가 어우러져 독창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캔버스에 안료를 여러 겹 쌓아 올리고 긁어내는 반복적 과정은 김 작가의 작업 방식으로, 모든 작품 속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아 볼 수 있다. 은혜가 마치 행운처럼 주어졌음을 알리고픈 취지에서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씨앗이 발아하는 이미지에서 감명 받아 따뜻한 색채로 생명력을 표현했다"며 "나뭇잎 하나하나가 다르듯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고유하게 부여하신 생명력의 다양성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선보인 10여 점은 모두 최근 1~2년간 완성한 신작으로, 프레임 수로는 무려 80여 점에 이른다. 매년 개인전에서 같은 작품을 내놓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켜온 그는 70세가 넘은 연륜에도 새로운 창작에 몰두하며 작업을 완성했다.
창작 방식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의 틀을 넘어 색연필·크레용·펜 등을 다양하게 활용한 드로잉을 시도했고, 일부 작품에는 잡지와 일상 소재를 찢어 붙인 실험적인 콜라주 기법을 적용해 시각적 변화를 더했다.
김 작가는 "연차가 오래됐다고 대충 할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캔버스 앞에 앉으면 늘 처음 그림을 그리던 때처럼 낯설다"면서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쏟아부어야 비로소 작품이 된다"고 했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한 2년여의 시간 동안 시대적 변화를 체감했다. 급격히 발전하는 인공지능(AI)이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치며, 김 작가 역시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 앞에 설 수 밖에 없었다. 초기에는 혼란이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만이 지닌 독창성과 창작의 고유한 가치를 더 깊이 깨달았다고.
김 작가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 씨름하는 시간과 창작의 고통이 있기에 예술인들의 삶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긴 묵상과 고뇌를 지나 나온 작품들이라 더 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는 기독교 화가로서 영성에 더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껏 '영감보다 영성'이라는 말을 철칙으로 삼고 신앙을 가꾸는 데 최우선순위를 둬왔다. 아무리 작업이 바쁘더라도 매일처럼 새벽기도에 나가서 말씀을 듣는 이유다.
급변하는 AI 시대 속에서도 영성은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라고도 했다. 김 작가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시각화하는 게 기독 작가의 역할"이라며 "하나님과의 관계가 건강해야 작품에도 좋은 영성이 묻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겸손한 예술인으로 남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관객들에게 내면을 들여다보는 질문이 되길 바랐다. 네잎클로버라는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각자의 삶 속에서 잊고 있는 소중한 무언가를 되찾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감상자의 몫"이라며 "관람객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충분히 느끼고, 자신의 삶과 연결해 새로운 의미를 얻는 전시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