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손에 죽는 아이들"…아동학대 비극의 고리 끊어야
[아동학대 예방의 날] 학대 신고 5만건…가해자 10명 중 8명 부모 아동보호 체계 전면 재정비 필요 "지역교회, 아동학대 예방 한 축 맞아야"
2020년 10월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정인이 사건)이 알려지자 전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이후 관련 처벌 강화와 대응 체계가 정비됐지만 아동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예방의 날(11월 19일)을 맞아 학대 실태와 대응 과제를 살펴봤다.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초등학생 자녀의 뺨을 밀치고 흉기를 집어던져 가슴 부위를 맞힌 어머니가 최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는 자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괴성을 지르는가 하면, 아무 이유 없이 음식을 던지며 거친 말을 쏟는 등 상습적인 학대를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에는 11개월 딸이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배와 가슴을 때린 뒤 방바닥에 내던져 숨지게 하고, 시신을 스티로폼 박스에 유기한 20대 아버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2만4,492건에 이른다. 학대로 숨진 아동은 30명이나 된다. 5년 전 '정인이 사건' 이후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학대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4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5만242건으로 전년(4만8,522건)보다 3.5%(1,720건)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추세를 보면, 2021년 일시적 급증을 제외하고 신고는 꾸준히 증가세다. 2020년 4만2,252건을 시작으로 2021년 5만3,932건, 2022년 4만6,103건, 2023년 4만8,522건이 접수됐다.
문제는 가해자 대부분이 아동을 보호해야 할 '부모'라는 점이다. 학대 행위자의 84.1%(2만603건)가 부모였고, 발생 장소의 81.7%가 가정이었다. 학대 행위자 중 부모의 비중은 2020년 82.1%, 2021년 83.7%, 2023년 85.9%, 2024년 84.1%로 압도적이다.
부모에 의한 재학대도 심각한 실정이다. 전체 재학대 3,896건 가운데 부모의 비율이 무려 98.0%에 달했다.
이에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부모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 신청제로 운영돼 위기가정보다는 평소 양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가 주로 참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예방 부모교육은 533회 진행됐고 1만741명이 수강했다. 2022년은 568회·8,917명, 2023년에는 총 580회·1만1,019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예방 효과를 높이려면 위기가정이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 급여 등 복지 혜택을 받을 때 아동학대 관련 강의를 듣도록 연계하는 등 위기가정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도 표준화해 위기가정이 쉽게 도움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 공동체 가운데 교회가 아동학대 예방과 인식 개선의 한 축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지현 장로회신학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예배 시간에 체벌과 아동학대 문제를 다뤄 폐해와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면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보급해 자녀가 존엄한 인격체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자녀의 존엄성을 고양하는 방식으로 양육하도록 가르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고에도 책임있게 참여해야 한다"며 "현장 전문가나 실무자를 초청해 아동학대 의심 증상과 징후, 후유증, 신고 방법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관련 유인물을 교회 내부에 게시해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