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슬기로운 주생활; 창조세계를 회복하는 집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다. 성경에서 집은 안식과 평화의 장소이자,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예수님은 "평안이 이 집에 있을지어다"(눅 10:5)라고 말씀하셨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의 주거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이 공간을 통해 어떻게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존중하고 회복할 수 있을까?
에너지 절약형 주거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일진대, 우리의 주거방식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야 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20%를 차지하며, 이는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진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청지기 정신’을 가지고 주거 환경을 관리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형 주거환경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단열 개선이다. 창문의 틈새를 막고, 이중창을 설치하며, 단열재를 보강하는 것만으로도 난방 에너지를 30% 이상 절약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단열 개선만으로 가정의 탄소 배출량을 연간 1톤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선택하고, LED 조명으로 교체하며,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은 "네가 네 양 떼의 형편을 부지런히 살피며"(잠 27:23)라고 가르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 집의 에너지 사용 형편도 부지런히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활용도 중요한 전환점이다. 태양광 패널 설치, 지열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하나님이 주신 자연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태양의 힘을 우리 일상에 활용하는 것은 창조질서에 부합하는 선택이다.
더불어 정원 가꾸기와 도시농업도 필요하다. 본래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인류의 이야기는 정원 가꾸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니라…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창 2:8,15). 정원 가꾸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닌, 하나님의 창조에 참여하는 영적 행위다.
특별히 생태적 정원은 지역 생태계를 존중하고 지원한다. 토종 식물을 심고, 화학 비료와 농약 대신 자연적인 방법을 사용하며,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정원은 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빗물 관리를 개선하며, 야생동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
도시농업은 식량 생산의 지역화를 통해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고, 공동체 결속력을 강화한다. 베란다 텃밭, 옥상 정원, 커뮤니티 가든 등 다양한 형태로 실천할 수 있다.
성경은 "성도들의 쓸 것을 공급하며 손 대접하기를 힘쓰라"(롬 12:13)고 가르친다. 도시농업을 통해 수확한 작물을 이웃과 나누는 것은 이 말씀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방법이다.
한편 현대 건축에 사용되는 많은 재료들이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다. 콘크리트 생산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8%를 차지하며, 많은 건축 자재에는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주의 땅에서 주시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도록 우리의 건축 방식이 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며 진행해야 한다.
친환경 건축재료로는 목재(지속가능한 숲에서 공급된), 흙(흙벽돌, 진흙 미장), 볏짚, 대나무, 재활용 자재 등이 있다. 이러한 재료들은 탄소 배출량이 적고, 생분해성이 높으며,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미래 주거의 방향은 '적정 규모'와 '순환'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큰 집은 자원 낭비와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예수님은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마 8:20)고 말씀하셨다. 이는 검소함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순환 개념을 적용한 주거는 빗물 재활용 시스템, 중수도 시설, 퇴비화 시스템 등을 갖춰 자원의 순환을 촉진한다. 이는 "하늘을 창조하신 이 그는 하나님이시니 그가 땅을 지으시고 그것을 만드셨으며 그것을 견고하게 하시되 혼돈하게 창조하지 아니하시고 사람이 거주하게 그것을 지으셨으니"(사 45:18) 하신 뜻에 부합한다.
슬기로운 주생활은 우리가 사는 공간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존중하고, 이웃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의 주거 선택과 생활 방식이 지구의 SOS에 응답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네 장막터를 넓히며 네 처소의 휘장을 아끼지 말고 널리 펴되 너의 줄을 길게 하며 너의 말뚝을 견고히 할지어다"(사 54:2). 이 말씀처럼, 우리의 주거 공간이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널리 펴는 장소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