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칼럼] 풍요 속에 숨은 위기

2025-11-16     이영훈 위임목사
       ▲이영훈 목사ⓒ데일리굿뉴스

뉴질랜드의 상징인 키위새는 독특한 외모와 날지 못하는 특이한 습성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 새는 뉴질랜드의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왔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우리 신앙에 중요한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는 오랜 세월 동안 키위새를 위협하는 천적이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먹이도 풍부했다. 나무 열매와 지렁이, 각종 곤충이 지천에 널려 있어 살아가기에 이보다 좋은 조건이 없었다. 

그런데 천적이 없으니 날개는 점차 퇴화했고, 풍족한 먹이 앞에서 새로운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잃어갔다.

18세기 후반, 유럽인들이 뉴질랜드에 이주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들이 데려온 개, 고양이, 쥐, 담비 같은 외래 포식자들이 키위새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 것이다. 천적이 없던 환경에 익숙했던 키위새는 새로운 포식자들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그동안 키위새에게 주어졌던 풍요로움과 평안함이 큰 위기로 이어지면서 수백만 마리에 달했던 개체수는 약 6만 마리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현재 멸종 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예수님은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할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니라”(마 24:42)라고 말씀하셨다. 평안하고 안정된 환경은 분명 감사한 일이지만, 그 안에서 영적 경계심을 잃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 

물질적 풍요와 편안한 환경은 우리를 영적으로 잠들게 하는 가장 강력한 유혹일 수 있다. 기도의 절박함이 사라지고, 말씀을 향한 갈급함이 식어가며, 하나님의 음성을 분별하는 감각이 무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 어떠한 영적 도전이 우리 앞에 찾아올지 알 수 없기에, 평안할 때 더욱 경계하며 준비해야만 한다.

성경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노아는 세상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평안하게 살 때,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해 100여 년 동안 묵묵히 방주를 준비했다. 결국 심판의 날이 다가왔을 때, 세상 사람 모두가 심판을 받았지만, 노아와 그의 가족만은 구원받을 수 있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열 처녀의 비유 또한 같은 교훈을 준다. 슬기로운 다섯 처녀는 신랑을 맞이할 준비로 기름을 준비했지만, 미련한 다섯 처녀는 평안하게 기다리다가 준비를 소홀히 했다. 결국 신랑이 왔을 때 준비된 다섯 처녀만이 혼인 잔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평안할 때 준비한 자만이 주님을 맞이할 수 있다.

때로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고난이 오히려 우리를 지키는 울타리가 될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이 기도하게 되고, 환경 변화에도 굳건히 서는 법을 배우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향한 깨어 있는 믿음의 자세다. 우리는 풍요 속에서도 영적으로 깨어 있는 사람, 위기 앞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사람, 어떤 변화 속에서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오늘날 우리도 키위새처럼 갑작스러운 영적 변화 앞에서 무너질 수 있는 연약함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익숙한 신앙생활에 안주하면서 새로운 도전과 시험 앞에서 대응할 힘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평안할 때도 기도와 말씀으로 영성을 지키며, 어떤 환경의 변화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자세로 무장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위해 오늘도 믿음의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믿음의 날개를 펼치고 힘차게 비상하는 것은 환경이 좋을 때가 아니라,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처럼 영적으로 늘 깨어 있어 어떠한 변화와 도전의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담대히 나아가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