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5 온실가스 감축안 확정…"교회가 생태적 전환 앞장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 목표 산업계·시민사회 극과극 대립 교회, 탄소중립 로드맵 실천 '시급'

2025-11-17     이새은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정부가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53~61%로 확정했다. 감축 수치를 둘러싼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입장차가 큰 가운데, 환경 보존에 앞장서온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5차 탄녹위 전체회의를 열고 2035년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안을 의결했다.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는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5년마다 각 국가들이 스스로 결정해 발표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각국은 파리협정에 따라 올해까지 온실가스 감축 수준을 정해 국제연합(UN)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에 확정된 NDC안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5년까지 2018년(순배출량 기준 7억4,230만t) 대비 53∼61%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목표가 달성될 경우 2035년 국가 배출량은 2억8,950만~3억4,890만t 수준으로 줄어든다.

부문별 감축률은 전환(에너지) 68.8~75.3%, 산업 24.3~31.0%, 건물 53.6~56.2%, 수송 60.2~62.8%, 농축수산 27.5~29.3%, 폐기물 52.6~53.6%, 탈루 29.7~35.1% 등이다. 다만 에어컨 냉매 등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오히려 10.4~18.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제시한 추진전략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확충 ▲태양광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 상용화 ▲전력망 분산형 전환과 ESS·HVDC 산업 육성 ▲수소환원제철 실증 ▲농·건설기계 전기화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건물 일체형 태양광 확산 ▲전 국민 나무심기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목표치를 둘러싼  산업계와 시민사회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감축 목표가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수치"라며 반발했다. 탄소 감축 기술 상용화가 미흡한 상황에서 현 목표치가 철강·석유화학 등 고탄소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에 대한 우려다. 

반면 시민사회는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상황 속 여전히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최소 65%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제시한 2035 NDC는 '50∼60% 범위 목표'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는 하한에 가까운 50% 또는 53% 감축을 염두에 둔 매우 부족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국립대구과학관에서 한 시민이 기후위기가 찾아온 지구를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성장'과 '감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 보존에 앞장서온 한국교회가 정부와 보조를 맞춰 실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은 "정부의 계획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교회가 먼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고 탄소 감축 실천에 나선다면, 사회적 신뢰를 높이고 국가 정책에도 큰 탄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천 기반도 이미 마련돼 있다. 한국교회는 지난 2021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기독교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했고, 2022년에는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통해 건축물 에너지 절감, 예배공간의 탄소 감축 전환, 지역 생태교육 등 구체적 실행 전략을 제시했다. 이 로드맵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문화위원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감리교 선교국, 기장 생태공동체운동본부, 예장 사회봉사부 등 교단·단체 전문가들이 공동 참여해 마련됐다.

김 사무총장은 "로드맵에서 제시된 신재생에너지 확대, 특히 태양광 발전소 설치는 효과적이면서도 시급한 실천 과제"라며 "교회가 앞장서서 생명 존중과 창조질서 보전의 가치를 실천할 때, 세상에 희망을 주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