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에서 회복으로"…배우 권오중, '마사이 크로스'로 만난 하나님의 사랑
[인터뷰] 배우 권오중 영화 '마사이 크로스'로 회복의 메시지 전해
[데일리굿뉴스] 최상경 기자 = 데뷔 32년 차 배우 권오중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코미디와 예능으로 익숙한 얼굴이지만, 이번엔 웃음보다 오래 남는 질문을 안고 카메라 앞에 섰다. 영화 마사이 크로스(11월 20일 개봉)는 아픈 딸의 부탁으로 케냐로 향한 한 아버지가 마사이족 소녀를 만나며 사랑과 치유를 경험하는 이야기다. 낯선 땅에서 시작된 여정은 결국 권오중 자신의 삶과도 맞닿아 있었다.
영화 제안은 2년 전, 국제구호단체 '함께하는 사랑밭'에서 왔다. 케냐의 조혼·여성 할례 피해 소녀들의 현실을 알리자는 취지였다.
"당초엔 웹드라마 형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이 이야기는 극영화로 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다큐로만 소비되던 기독 콘텐츠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거든요."
그는 영화가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로 만들어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기독영화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복음의 메시지를 '재미와 감동'으로 전하고 싶었어요."
감독과 제작진이 뜻을 모았고, 10여 명 안팎의 최소 인원으로 케냐의 '마사이 마을'과 '나쿠루 쓰레기 마을'로 향했다.
권오중은 "쓰레기산 사이로 아이들이 버려진 음식을 주워 먹고 있었다"며 "차량 문을 열기도 어려울 정도로 냄새가 심했다. 한 스태프는 끝내 내리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상황은 열악했지만, 매순간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다"며 "우리가 복음을 전하러 간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현지인들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웠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요섭'은 아픈 딸을 둔 아버지다. 상실감 속에서 하나님과 멀어진 인물로, 권오중은 자신의 경험을 투영했다.
"저도 비슷했어요. 아들이 병을 얻었을 때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기지?' 하고 요섭처럼 하나님께 등을 돌렸습니다. 연기하면서 감정이입이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일부러 만들지 않아도 이미 제 안에 있던 감정이었죠."
말끝을 잠시 흐리던 그는 "그래서 이 역할은 연기라기보다 제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 같았다"며 "결국 제가 치유받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쓰레기산 위를 홀로 걸었던 순간을 꼽았다.
"발밑에 물이 고여 빠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그때 생각했죠. '여기 누가 빠지면 난 들어가 구할 수 없다. 하지만 예수님이라면 백 번이라도 들어가 구하실 거야.' 그 순간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마사이 크로스를 "조건 없는 사랑과 회개, 회복의 복음이 담긴 영화"라고 정의하며 "상실 속에 있는 이들이 영화를 통해 하나님께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개봉일은 확정됐지만, 상영관 확보는 대형 블록버스터에 밀려 불안정하다. 그는 "크리스천 감독과 배우는 많은데, 정작 '기독영화'는 극장에서 보기 어렵다"며 "관심과 참여가 이어져야 더 많은 상영관이 열리고, 한국 기독영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하나님이 왜 저를 주인공으로 세우셨는지 이제 알겠다"며 "약한 자를 들어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신다는 말씀처럼, 저를 통해 더 많은 크리스천 배우와 감독이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적은 인원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 덕분"이라며 "하나님이 제게 주신 사명을 더 분명히 깨닫고,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이들이 많아지길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마사이 크로스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