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수 논의, 신학의 방향 잃으면 교회가 변질된다”

임경근 목사, 네덜란드 개혁교회 연구 통해 본 경고 '여성 직분 개방' 신학적 권위, 해석 원리의 붕괴 예고한 사건 교단의 세속화는 언제든 내부의 해석학적 타협에서 시작 37차 정암신학강좌 '여성안수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강조

2025-11-12     김신규 기자
  ▲여성 직분 논의는 단지 여성의 문제를 넘어, 성경의 권위와 교회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AI이미지.ⓒ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김신규 기자= “직분은 섬김이지만, 그 섬김엔 권위가 있다. 권위를 제거하면 교회의 질서도 무너진다.”

            ▲임경근 목사(다우리교회)ⓒ데일리굿뉴스

지난 15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정암신학연구소(소장 이동열 교수) 주최, 합신 총동문회(회장 도지원 목사) 주관 아래 신도림동의 예수비전교회(도지원 목사)에서 개최된 ‘여성안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제37회 정암신학강좌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임경근 목사(다우리교회)는 이 같이 밝혔다.

임 목사는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여성 직분자 허용 과정 탐구’라는 주제를 통해, 여성안수 허용이 신학·역사적으로 교회의 방향 전환점이 됐던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다.

그의 발제는 단순한 교리 논쟁을 넘어, “교회가 세속적 흐름에 대응할 때 어떤 신학적 균열이 일어나는가”를 경고하는 실증적 보고였다.

임 목사는 자신의 박사학위 연구를 토대로, 네덜란드 두 개혁교회 교단(GKV<네덜란드자유개혁교회·Gereformeerde Kerken vrijgemaakt>, GKN<네덜란드개혁교회·Gereformeerde Kerken in Nederland>)이 여성 직분을 개방하기까지의 100년 변천사를 상세히 추적했다.

그는 “1965년 GKN이 여성 직분을 허용했을 때 교단은 ‘직분은 다스림이 아닌 섬김’이라 주장했지만, 이는 직분의 권위성을 부정하는 결정적 오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 목사는 “목사의 설교, 장로의 권면, 집사의 봉사 모두 섬김이지만, 그 섬김에는 그리스도로부터 위임된 권위가 있다. 직분을 단순한 봉사로 축소하면 교회의 질서가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세속화가 침투할 수밖에 없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임 목사는 또한 “직분은 권위가 아닌 섬김”이라는 논리가 통과된 직후, 네덜란드 개혁교회 내에서 ‘동성애 허용’ 논의와 ‘WCC 가입’ 움직임이 연이어 일어난 것을 지적하며, “여성 직분 개방은 단일 사안이 아니라, 신학적 권위와 해석 원리의 붕괴를 예고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발제에서 네덜란드 교단의 변화를 ‘해석학적 전환’으로 규정했다. 그는 “성경 본문을 시대적 상황 속에 상대화시키는 순간, 교회의 판단 기준은 성경이 아니라 사회가 된다”고 경고했다.

성경은 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시대를 새롭게 하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이다. 바울의 교훈은 고대 가부장제의 잔재가 아니라, 창조 질서에 근거한 불변의 원리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교회는 이를 ‘시대 제한적 명령’으로 해석하면서, 성경의 권위를 인간의 판단 아래 뒀다는 것이 임 목사의 지적이다.

임 목사는 실제로 GKN의 여성안수 결정 과정에서 ‘절대적 가치의 상대화’가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예전에는 ‘남녀의 차이는 창조 질서에 따른 기능의 구분’이라 했지만, 이후엔 ‘모두 인간이며 동등하므로 역할의 구분도 차별’이라는 논리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순간부터 성경은 권위의 근거가 아니라 ‘논쟁의 자료’로 전락했다”고 단정했다.

임 목사는 네덜란드 개혁교회(GKV)가 여성 직분을 허용한 뒤 걸어간 경로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다시 말해 2017년 여성 직분 전면 개방 결정, 2018년 동성애 연구위원회 조직, 2020년 WCC(세계교회협의회) 가입 논의 공식화 등이 그것이다.

임 목사는 이를 “정확히 GKN이 걸었던 길의 복사판”이라 규정하며, “성경 해석의 문을 시대정신에 열어준 순간, 그 교단은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고신 교단과 깊은 자매 관계에 있던 GKV의 변화는, ‘교단의 세속화는 언제든 내부의 해석학적 타협에서 시작된다’는 교훈을 준다”고 덧붙였다.

임 목사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여성 직분 논의는 단지 여성의 문제를 넘어, 성경의 권위와 교회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교회는 언제나 개혁돼야 하지만, 그 개혁은 인간 중심이 아니라 말씀 중심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개혁이란 시대정신에의 순응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의 회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목사는 또 “여성의 역할과 은사를 존중하되, 그것을 성경적 질서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오늘의 논의는 여성안수 자체보다, 교회가 어디까지 성경 위에 서 있을 수 있는가의 문제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경근 목사는 발제를 마치며 “여성 직분 논의는 신학적으로 연구할수록 불리하다. 왜냐하면 이미 하나님이 정하신 질서를 인간의 논리로 설득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한국교회는 토론보다 방향을 점검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경의 명확한 가르침을 신뢰하는 개혁신학의 뿌리를 회복하지 않으면, 교회는 결국 세상의 흐름 속에 흡수될 것”이라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15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정암신학연구소(소장 이동열 교수)가 주최하고 합신 총동문회(회장 도지원 목사)가 주관한 제37회 정암신학강좌 후 기념촬영 모습.ⓒ데일리굿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