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L사회공헌재단,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18가정 34명 여정 지원

다양한 사연의 기증인 유가족 동행, 상실의 아픔 나누는 치유·회복 시간

2025-09-22     김신규 기자

[데일리굿뉴스] 김신규 기자= GKL사회공헌재단, 도너패밀리 34명과 함께 치유 여정

 ▲GKL과 함께하는 우리가족 행복여행에 함께한 도너패밀리들의 단체 사진.ⓒ데일리굿뉴스

지난 2020년 12월 5일, 김보근 씨(80, 여)의 하나뿐인 아들 故 임기범 씨(기증 당시 42)는 뇌출혈에 의한 뇌사로 세상을 떠나며 7명의 환자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2015년 남편과의 사별 후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아들마저 떠나자 김 씨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큰 슬픔에 빠졌다.  
 
김 씨는 “아들이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지만 제 삶은 영원한 슬픔 속에 갇힌 듯했다”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곁을 지켜준 가족 덕분이었다. 이번 여행은 제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간을 함께한 가족과 웃으며 앞으로의 날들을 지켜낼 힘을 얻고 싶어 신청했다”라고 전했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유재수 이사장)는 GKL사회공헌재단(이재경 이사장)의 지원으로 김 씨와 같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18가정 34명이 ‘GKL과 함께하는 우리가족 행복여행’에 참여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전남 순천과 여수 일대에서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마련된 공감과 치유의 시간 

이번 여행에 참여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는 첫째 날 순천 낙안읍성과 순천만습지를 탐방하며 가을의 정서를 느끼고, 기타·보컬·퍼커션·베이스로 구성된 ‘허윤정트리오’의 정원음악회를 관람하며 위로를 얻었다.

 ▲테라리움 만들기 체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도너패밀리들.ⓒ데일리굿뉴스

둘째 날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진행되는 모닝 요가로 시작했다. 이어 순천만국가정원 자유 관람과 테라리움 만들기 체험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봤다. 저녁에는 석양이 드리운 순천 와온해변에 모인 도너패밀리가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에는 여수 오동도에서 해상 케이블카에 탑승해 탁 트인 바다와 하늘을 만끽하며 오랜만에 웃음이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도너패밀리, “상실의 슬픔 넘어 일상 속의 행복을 되찾은 시간”

2박 3일간의 치유 여정에는 홀로 오남매를 길러낸 김옥진 씨(66, 여)도 참여했다. 김 씨는 2019년 26살의 첫째 딸 故 이지은 씨를 뇌사로 떠나보내는 큰 슬픔 중에도 남은 자녀들을 돌보느라 자신의 마음을 다독일 여유조차 갖지 못했다. 

생전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어 했던 첫째 딸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 둘째 딸과 함께 이번 여정에 오른 김 씨는 “같은 아픔을 지닌 도너패밀리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라며, “따뜻한 추억을 쌓고 서로의 마음을 보듬으며 지난 세월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2012년 1월 1일, 3명에게 생명을 나누고 떠난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준표 씨의 누나 김연정 씨(54)도 “13년 전 아들을 떠나보낸 뒤 깊은 상실감 속에서 지내오신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오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라며 “최근에는 마음의 병으로 치매 진단까지 받아 가슴이 아팠는데,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웃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돼 정말 감사하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GKL과 함께하는 우리가족 행복여행’은 지난 5월에도 한 차례 진행됐다. 이제까지 67명의 도너패밀리가 같은 아픔을 지닌 유가족들과 동행하며 위로와 회복의 시간을 나눴다.

장기기증본부 김동엽 상임이사는 “도너패밀리는 큰 슬픔 속에서도 장기기증을 결단해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되찾아 주신 분들”이라며 “GKL사회공헌재단의 지원으로 마련된 이번 여행이 따뜻한 공감과 연대를 통해 유가족들이 상실의 아픔을 넘어 치유와 회복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