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기도문 작성해줘"…AI 과의존에 '생각하는 힘' 사라질라
편리함 이면에 사고력 저하 우려 "AI는 도우미, 생각·성찰은 인간의 몫"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과제 제출을 앞둔 대학생 A씨는 강의 내용을 녹음해 AI로 정리한 뒤, 보고서 작성까지 AI에 맡겼다. 며칠 후 교수로부터 "수준급 보고서"라는 칭찬을 들었지만, 정작 마음은 헛헛했다. 스스로 고민하며 학습하는 과정은 사라지고, 허울뿐인 결과물만 남았기 때문이다.
AI 활용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그 편리함 뒤엔 '사고력 퇴화'라는 그림자가 드리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확산을 시대적 흐름으로 인정하면서도 "인간 고유의 사고와 판단이 개입하는 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서비스 경험률은 2021년 32.4%에서 2022년 42.4%, 2023년 50.8%로 해마다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60.3%에 이르러 국민 10명 중 6명이 AI를 경험했다. 특히 생성형 AI 경험률은 1년 새 17.6%에서 33.3%로 거의 두 배로 늘었다. 활용 분야는 정보검색(81.9%), 문서작업 보조(44.4%), 외국어 번역(40.0%), 창작·취미 활동(15.2%) 순이었다.
업무 현장에서도 AI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한국·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5개국 Z세대 5,048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업무에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AI를 찾는다'고 답했다. 이는 다른 나라보다 19~25%포인트 높은 수치다.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긴 문서·회의 요약(46%)이었고, 이어 콘텐츠 생성(37%), 자료 조사·아이디어 발굴(36%)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업무 기초 단계부터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계산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산술 능력이 약화하듯, 기초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AI에 의존하면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며 "초기에는 AI 도구로 성취를 얻더라도 결국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AI와 수작업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앙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동현 교회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AI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생각하는 힘이 사라진다"며 "AI가 잘하는 건 '관찰'이지만 '성찰'은 인간의 몫이다. 신앙의 해답을 AI에 묻기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묵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원장은 "목회자가 AI에 '본문으로 설교를 써달라'고만 하면, 결국 AI가 쓴 원고를 읽는 대독자에 불과하다"며 "행정·반복 업무는 AI로 시간과 비용을 줄이되, 말씀·기도·성도 돌봄 같은 본질적 사명은 목회자가 직접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회 현장에서도 질문과 성찰을 통해 진실성을 담은 설교와 사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