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이웃'까지만 가능?…"주변인 아닌 구성원으로 여겨야"
"가족으로 수용 가능" 8% 불과 교회 이주민 선교도 16% 그쳐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섰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이웃'은 가능하지만, '가족'으로는 어렵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이들을 인격체로 수용하고 돌보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세대 간 이주민 수용성 인식과 이민정책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 응답자의 38.7%만이 이주민을 '이웃'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직장 동료'(30.5%)나 '절친한 친구'(18.4%)로 받아들이겠다는 응답도 있었지만, '가족이나 배우자'로 수용할 수 있다는 답변은 8.4%에 그쳤다.
세대별 차이도 뚜렷했다. 청년층(19~34세)은 '친구'로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30.2%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노년층(65세 이상)은 '이웃'으로 수용하겠다는 비율이 57.9%로 가장 높았지만, '어떤 관계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도 7.5%로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체류 유형에 따른 수용성도 차이를 보였다. '영주권자'에 대한 수용성은 비교적 높았지만, '난민'에 대한 거부감은 모든 세대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조차도 난민을 '가족'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1.8%에 그쳤고, 중년층과 노년층은 각각 2.4%, 0.6%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세대별 인식 차이와 접촉 경험을 고려한 맞춤형 통합 정책이 시급하다"며 "이주민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민을 인격체가 아닌 '인적 자원'으로 여기는 시각은 현실 곳곳에 스며 있다. 최근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매달려 학대당한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이번 사건은 단지 우발적 일탈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구조적 차별이 빚은 결과"라며 "노동자를 이웃이 아닌 기계처럼 대하는 시선이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인식의 간극은 교회 안에서도 드러난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한국교회 선교 실태'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의 99%, 성도의 87%가 '이주민 선교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사역에 참여하는 교회는 16%에 그쳤다. 특히 대형교회(500명 이상)는 참여율이 49%에 달한 반면, 중소형 교회는 10%에 머물렀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주민은 더 이상 주변인이 아니라 우리 곁의 선교 대상"이라며 "265만 이주민 시대에 한국교회는 이주민 선교를 선택이 아닌 사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이주민대책기구 대표 손병찬 목사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이주민을 이방인으로 보는 경향이 남아 있다"며 "가까이 있는 이주민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보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선교의 사명을 지닌 한국교회가 앞장서 이들을 이웃이자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이 지금 내 곁에 있는 이웃부터 돌아보고 한 걸음씩 다가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