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37년…처벌보다 치료, 단속보다 회복" [중독과 맞서는 사람들]
① 조성남 서울시마약관리센터장 단속만으론 부족…회복 생태계 구축 필요 "교회, 중독자 품는 공간 돼야"
마약, 알코올, 도박…중독의 그림자는 어느새 우리 사회 곳곳에 드리워졌습니다. 그 어둠 한복판에서 회복과 치유를 위해 묵묵히 싸우는 이들이 있습니다. 중독의 현실과 마주하며, 건강한 사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의 신념과 사명, 그리고 희망의 목소리를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주>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중독은 범죄가 아니라 질병입니다. 단속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습니다. 치료와 회복 중심의 접근이 절실합니다."
조성남 서울시마약관리센터 초대 센터장은 최근 서울 은평병원 내 센터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마약 중독을 '범죄'로만 인식하는 한 실질적 해결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전국 최초로 마약 중독자 대상 상담·치료·재활·교육·연구 기능을 갖춘 통합관리공공시설을 설립했다. 현재 일부 진료가 진행 중이며, 하반기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조 센터장은 1988년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마약 중독자들을 처음 접한 이래, 국립부곡병원과 을지병원, 국립법무병원 원장을 지내며 37년간 중독자 치료의 외길을 걸어왔다.
그는 "필로폰에 취해 생후 6개월 딸을 아스팔트에 패대기친 아버지, 부인을 악마로 착각해 둔기로 폭행한 남편도 있었다"며 "중독은 곧 일상을 파괴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만성적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중독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매년 약 2만7,000명이 마약사범으로 검거되고 있지만, 실제 중독 위험군은 3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의료용 마약류 남용과 암수범죄까지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종합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마약 중독 치료의 핵심으로 '조기 개입'과 '지속적인 치료'를 꼽았다. 그는 "중독자는 스스로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는다. 대부분 법적 처벌을 계기로 치료가 시작된다"며 "단속과 치료가 연계되는 시스템, 예컨대 '드럭 코트(Drug Court·약물 법원)'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국내 중독 치료 인프라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전국에 지정된 치료 보호 병원은 31곳이지만, 실제 운영되는 곳은 7곳에 불과하다. 병원들이 "수익성이 낮고 인력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중독자 치료를 기피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조 센터장은 "결국 병원-지역사회-공동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회복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서울시마약관리센터가 준비 중인 외래 집중치료, 지역 의원 연계, NA(익명의 약물중독자) 자조모임 운영 등의 계획도 소개했다. 그는 "서울시마약관리센터가 회복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조 센터장은 '신앙'이 중독 치유의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독은 단순한 의지 부족이 아닌 가치관이 무너진 영적 질병"이라며 "신앙은 내면의 희망을 살리는 힘이자, 마약을 끊고 새로운 삶의 동기를 부여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신앙을 통해 단약에 성공하고, 상담사나 목회자로 살아가는 회복자들을 여럿 보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 공동체의 역할을 당부했다.
조 센터장은 "교회는 중독자에게 안전한 공간이자 회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교회가 약물 남용 예방·치유 센터를 운영해 상담과 교육을 통해 중독자를 품고, 전문 치료가 필요하면 병원으로 연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독자를 회복으로 이끄는 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자,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