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고도 또 투약…중독 고리 끊을 '회복 시스템' 어디에
단속해도 다시 마약…재범률 5년째 30%대 마약 치료참여 고작 10%…치료인프라 '실종' 회복 위한 공동체 돌봄 절실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상실한 대한민국. 단속은 강화되고 있지만, 마약 중독자들의 '회복'은 요원하다. 치료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고, 공동체의 대응은 여전히 미미하다. 6월 26일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반복되는 마약 재범의 이면을 짚어본다.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20대 A씨는 마약 투약으로 두 차례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도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 결국 세 번째 범행 끝에 법정에 선 그는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더 이상의 선처는 어렵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A씨처럼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줄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 '2024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2만3,022명으로, 5년 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10대와 20대의 비중이 크게 늘었고, SNS를 통한 유통이 급증하면서 마약 접근성도 쉬워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재범률이다. 지난해 마약사범 재범률은 34.5%로, 최근 5년간 3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36.6%, 35.0%로 정점을 찍었으며, 지난 2023년에도 32.8%를 기록했다.
마약사범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재범률까지 높게 유지되면서, 전체 마약 범죄 건수 역시 불어나고 있다. 실제로 재범 인원은 2020년 5,933명에서 2023년 9,058명까지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7,941명에 달했다.
재범률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이유로는 단속과 처벌 위주의 정책이 꼽힌다. 단속과 처벌 중심의 정책이 여전히 주를 이루는 현실에서, 실질적 회복을 위한 제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정부는 보호관찰, 치료명령, 치료보호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마약 중독 치료 인프라는 극히 제한적이며, 운영 기관 대부분이 사명감에 의존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치료보호에 참여한 마약사범은 875명으로, 전체의 10.6%에 불과했다. 전국 31개 치료보호기관 가운데 절반 가까운 14곳은 아예 치료 실적이 없었다. 전체 치료의 74.3%가 인천참사랑병원(509명)과 국립부곡병원(141명) 단 두 곳에 집중됐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최근 단속과 처벌에서 치료·재활 중심의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은 단순 투약사범을 조건부 기소유예 대상으로 선별해 치료를 병행토록 하고, 우수 치료기관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단속과 처벌로는 중독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며, 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공동체 중심의 재활과 실질적인 회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회복이 시급한 중독자들이 재활 없이 사회에 복귀하면 또다시 마약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정부는 마약중독자 재활에 예산을 전폭 지원해 지역 중심의 회복 시스템을 구축하고, 특히 중독자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직업재활시스템도 연계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마약 문제를 영적 문제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교회와 가정이 중독 회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중독은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문제"라며 "가정과 교회가 중독자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실질적인 중독자 상담과 지원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교회 공간을 자조 모임 장소로 개방하거나, 소그룹 상담을 통해 중독자가 낙인이 아닌 지지를 경험하도록 돕는 것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