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동행] "교수님은 우리 아빠"…발달장애 학생들의 자립을 돕다

⑦김병철 안산대 장애학생지원센터장

2025-04-19     양예은 기자

사역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은 많지만, 다 같은 길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사역지에서의 하루를 동행 취재합니다. 이름도 빛도 없이 살아가는, 그럼에도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주>

▲김병철 안산대 장애학생센터장이 무대에 오르자 학생들이 환호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양예은 기자 = "장애인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장애인의 날을 사흘 앞둔 17일, 경기도 안산시 안산대학교 강당에는 훈훈한 온기가 감돌았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 ‘장애인의 날 기념식 및 장애 인식 개선 영화제’가 열린 것이다.

김병철 안산대 장애학생지원센터장이 기념사를 전하기 위해 강단에 오르자 학생들은 그에게 환호를 보냈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학과인 '에이블자립학과'의 교수이기도 한 그는 학생들에게 "아빠"로 불린다. 

김 교수는 "안산대에는 101명의 장애 학생들이 재학 중이지만, 이들을 위한 행사가 없었다"며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는 따뜻한 대학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안산대 에이블학과 학생들과 김병철 교수.ⓒ데일리굿뉴스

서울의 한 대학에서 19년간 강사로 재직했던 김 교수가 장애 학생을 위한 고등 교육 현장으로 뛰어든 된 계기는 발달장애 학생들이 대입과 자립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마주한 뒤였다. 그 길로 전국 대학을 돌며 발달장애인을 위한 학과 신설을 제안했고, 2019년 마침내 수도권 최초로 안산대에 '에이블자립학과'가 생겼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진학이 어려운 발달장애 학생들이 많다"며 "장애인 특례입학은 주로 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특수학교 진학도 중증 장애인에게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마서 12장 15절에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을 레마(ρημα)로 받고 발달장애 교육을 사명으로 삼았다"며 "발달장애 학생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보호 실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안산대 에이블자립학과 제공)

에이블자립학과는 발달장애인의 성공적 자립을 돕고자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실무 교육은 물론 의사소통 기술, 스피치, 직업 태도 같은 기본 소양까지 섬세하게 지도한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장애 정도와 특성에 맞춘 교육으로 학생들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교수진들이 힘을 쏟고 있다. 

박유정 학생은 "교수님은 비장애인이지만 누구보다 우리의 마음을 잘 알아주신다"며 "힘들 때마다 잘 상담해 주셔서 집에서도 못하는 이야기를 교수님께 털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의날 기념식 단체사진.ⓒ데일리굿뉴스

올해 2월, 에이블자립학과 첫 졸업생 전원이 취업에 성공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자립해 나아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 교수의 교육 철학은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부산예술대학교는 올해 '에이블아트자립과'를 신설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사회 일원으로 잘 성장해 언젠가 대학 시절을 돌아봤을 때 '이게 그리스도의 사랑이었구나'를 깨닫길 바란다"며 "교육 현장에 장애 학생들을 위한 학습 환경이 만들어져 학생들이 도전정신과 자신감 갖고 세상에 나아가 자립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