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못 놓는 다음세대…"중독 예방 위한 가정 역할 중요"

청소년 10명 중 4명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부모부터 폰 내려놓고…아이 외로움 달래줘야"

2025-04-07     정원욱 기자
▲ 청소년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42.6%로 전년 대비 2.5%포인트 증가했다.(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사용 통제보다 부모의 태도 변화와 관계 회복이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4 디지털 정보격차·웹 접근성·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2.6%로 전년 대비 2.5%p 증가했다. 청소년 10명 가운데 4명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과의존 위험군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해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수준인 '위험사용자군'과 사용시간이 늘어나 자기조절에 어려움을 겪어 주의가 필요한 '주의사용자군'으로 나뉜다. 이들은 주로 SNS 숏폼 등 동영상 시청을 비롯해 메신저, 관심사 검색, 음악 감상을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속속 시행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9월 학교 내 사용 제한을 법제화했다. 프랑스는 초·중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영국도 최근 학교 내 스마트폰 금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8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을 위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아동·청소년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사용 통제보다 부모의 태도 변화와 관계 회복이 해법이라고 조언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은 해마다 심각해지는 반면 해결책 마련은 지지부진하다. 전문가들은 아이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가 사용 규칙을 함께 준수하고 아이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청소년 과의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 방식부터 점검해야 한다"면서 "부모가 자녀에게는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면서 정작 자신은 집에 와서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은 아이들에게 불공평하다고 느껴지게 만든다"고 했다.

조 교수는 "'하지 말라'고 억지로 통제하기보다는 함께 규칙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부모가 자녀와 함께 스마트폰을 거실에 두는 '폰 바구니' 습관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마트폰 과의존의 근본 원인으로는 '외로움'을 꼽았다. 스마트폰 자체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해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면 아이가 스마트폰 대신 부모를 찾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그만하고 공부하라'며 윽박지르기 보다는 아이가 어떤 요즘 심정인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먹고 싶다거나 갖고 싶다는 부탁을 들어주면서 가까워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스마트폰 사용 문제를 단순히 개인이나 가정의 책임만으로는 볼 수 없다"며 "중독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 교회나 국가에서 아이들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와 문화, 공간을 마련하는 등 현실적 대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