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없는 이단 사역…"신천지 탈퇴자도 품어야죠" [양기자의 동행]

⑥구리 이단상담소·초대교회 김강림 목사

2025-02-25     양예은 기자

사역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은 많지만, 다 같은 길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사역지에서의 하루를 동행 취재합니다. 이름도 빛도 없이 살아가는, 그럼에도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주>

▲신천지 탈퇴자들을 대상으로 후속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양예은 기자 = 이른 아침, 경기도 구리시 초대교회 교육관에서는 김강림 목사의 열띤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나님은 누구신지, 구원이란 무엇인지. 얼핏 보면 일반적인 교리 교육 같지만, 대상이 특별하다. 신천지 탈퇴자를 위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20일 이 교육을 듣기 위해 수도권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붐볐다. 수원에서 온 A군(22)도 이중 한 명이다. 목회자 자녀인 A군은 독립 후 새로운 교회를 찾다 신천지에 빠졌고, 이후 부모의 도움으로 상담을 받으며 회심했다.

그는 "교육을 받으며 신앙을 다시 쌓아가고 있다"며 "사역자분들이 연구하고 애써주시는 것이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A군과 같은 신천지 탈퇴자들이 다시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하도록 돕고 있는 구리 초대교회와 구리이단상담소의 김강림 목사는 상담소와 교회 사역을 병행하며 신천지 탈퇴자들을 돌보고 있다. 

▲김강림 목사가 한 청년을 만나 상담하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김 목사의 일주일은 쉴 틈 없이 바쁘다. 평일엔 신천지 탈퇴자 상담과 후속 교육을 진행하고 주말엔 주로 신천지 탈퇴자들로 구성된 초대교회 청년부를 맡아 목회하고 있다. 

김 목사는 "신천지 교리에 세뇌된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3개월간의 후속 교육이 필수"라면서 "후속 교육이 없으면 영구적 후유증이 남기 때문에 수술 후 재활 과정을 거치듯이 영혼들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천지 탈퇴자들을 교육한 후에는 보통 다니던 교회로 돌아가지만, 출석 교회가 없는 경우 초대교회에 정착한다"면서 "현재 180여 명의 탈퇴자가 출석 중이다.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청년들을 양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타 교회에서 수요·금요예배 때마다 신천지 예방 강의를 하고 있고,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이단 상담 문의 전화와 문자에 응대한다. 보통 저녁에는 낮 동안 받은 문자에 답장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김강림 전도사. ⓒ데일리굿뉴스 

사실 김 목사 역시 신천지 탈퇴자였다. 총신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해 선교사를 꿈꿨지만, 군 제대 후 신천지의 거짓 포교에 속아 8개월간 신천지에서 생활했다. 가족과 상담소의 도움으로 탈퇴한 뒤,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탈퇴 후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이 커서 꽤 오래 방황하는 시기를 거쳤어요. 모교회로 돌아가지도 못하겠어서 구리초대교회를 출석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사역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게 됐죠. 작은 일이라도 돕자며 시작한 사역을 하나님께서 여기까지 인도하셨어요."

물론 사역 중 낙심한 순간도 많았다. 신천지에서 스파이를 보내 접근한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회심한 척하면서 교육 자료를 빼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애정을 쏟아 양육했던 터라 김 목사는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그럼에도 그는 이 사역의 중요성을 알기에, 더 전문성을 갖춘 이단 전문 사역자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천지뿐만 아니라 여러 이단을 연구하며, 언제든 한국교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게 김 목사의 포부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단 탈퇴자들을 품는 법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성도가 이단을 미워할 줄만 알지, 이단 탈퇴자들을 다시금 회복시키고 사랑하는 법은 모르는 것 같다"면서 "이단 탈퇴자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달라. 그들도 똑같이 하나님을 사랑하는데 잘못된 길로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까운 미래, 신천지 이만희가 사망하면 신도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인데, 그들을 방황하게 두지 말고 바로 안아 품을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탈퇴자들이 왔을 때 잘못된 교리를 바로잡아 주고 옳은 길을 제시해주며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당면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