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보다 밤새고, 끊지 못하겠어요"…다음세대, SNS 중독 심각

중고생 34% "SNS, 일상생활 지장" 인스타 '10대 계정' 도입 "무조건 규제보다 자기조절력 키워줘야"

2025-02-18     정원욱 기자
▲무분별한 SNS 콘텐츠와 중독성 강한 숏폼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조치가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소셜미디어(SNS) 중독에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에서 SNS 규제를 속속 추진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SNS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조치를 고민하거나, 청소년의 SNS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영국 옥스포드대 출판부가 2024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단어는 온라인 콘텐츠를 과소비해 정신적·지적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말한다. 

짧은 분량의 영상을 앞세운 '틱톡'이 SNS 업계에 '숏폼'을 유행시키면서 '뇌 썩음'이란 단어가 저급한 SNS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가리키는 단어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SNS 중독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청소년의 SNS 과의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중고생 2,1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고생 4명 가운데 3명(74.9%)은 스마트폰을 틱톡 등 숏폼 영상 시청에 사용한다고 답했다. SNS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응답은 36.8%에 달했다. SNS를 사용하지 못하면 불안하거나 초조함을 느낀다는 응답도 22.1%였다. 

▲인스타그램은 지난달 22일부터 국내 청소년 가입자를 대상으로 '10대 계정' 정책을 적용했다.(사진출처=연합뉴스)

무분별한 콘텐츠와 중독성 강한 숏폼 등에 청소년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SNS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 의회는 지난해 11월 부모 동의와 상관없이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최초로 통과시켰다. 노르웨이는 SNS를 이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기존 13세에서 15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과 호주를 비롯한 영미권에선 지난해 9월 인스타그램 '10대 계정'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22일부터 국내 14~18세 청소년 가입자를 대상으로 인스타그램 '10대 계정' 정책이 적용됐다. 

10대 계정 이용자는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되며 팔로우한 사람하고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특히 부모의 관리 감독 기능이 도입돼 자녀의 대화 상대를 부모가 볼 수 있고, 앱 이용 시간 역시 제한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청소년의 SNS 중독 예방을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SNS 제공자는 회원가입 시 연령 확인 조치를 취해야 하고, 만 14세 미만 해당자에 대해서는 회원가입을 거부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8월 16세 미만 청소년 SNS 일별 사용 한도 등을 위해 친권자의 동의를 받게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다만 청소년의 SNS 규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나친 검열과 강압적인 규제는 단기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SNS에 대한 갈망과 욕구가 더 커져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청소년이 SNS에 흘러 다니는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 문화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SNS 등에 따른 청소년 중독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선 가정을 비롯해 교회 등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다음세대가 자기조절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중독 문제 해결은 어떤 프로그램이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수십 년간 목도했다"며 "비난보다는 돌봄과 기도로 중독되지 않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태도가 필요하다. 만일 중독에 빠진 청소년이 있다면 자조모임 등을 만들어 서로 경험을 털어놓고 함께 회복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교회에서 학부모나 교사에게 청소년 중독의 현황과 폐해, 부작용, 예방과 치유방법 등을 교육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신학생과 목회자를 대상으로 중독 강의를 해서 중독에 대한 제반 지식을 갖추도록 하고 기독교적 중독문제 해결을 고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