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늪에 빠진 청소년들…"가정·교회 관심 필요"

사이버도박 사범 절반이 '청소년' '손안의 카지노' 언제든 쉽게 불법 도박 "예방과 교화 위한 가정·교회 역할 중요"

2024-11-13     정원욱 기자
(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최근 적발된 사이버 도박 사범의 절반이 청소년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청소년 도박의 심각한 실태가 드러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9월 25일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19세 미만 청소년 4,715명이 검거됐다. 

이 기간 동안 9,971명이 검거됐는데, 이 가운데 청소년이 절반(47.2%)이나 차지했다. 호기심(42.7%)에 도박을 시작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친구 소개(33.6%), 온·오프라인 광고(19.8%), 금전 욕심(3.9%)이 뒤를 이었다.

청소년들이 주로 하는 도박은 카지노(3,893명·82.6%)로, 이 가운데 바카라(3,227명)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슬롯·블랙잭 등(666명)도 많이 했다. 스포츠 도박(535명·11%), 캐주얼게임(287명·6%)에 손을 댄 청소년도 있었다.

지난해부터 청소년도 불법 도박 단속 대상에 포함시킨 결과 직전 단속기간(2022년 9월∼2023년 9월)의 162명보다 무려 2,784% 늘어난 4,672명의 청소년이 검거됐다.

연령별로 보면 17세(1,763명·38%)가 가장 많았고, 16세(1,241명·26%), 18세(899명·19%), 15세(560명·12%), 14세(206명·4%) 순이었다. 초등학생인 9세(1명)를 비롯해 12세(8명·0.2%), 13세(37명·0.8%)도 있었다.

성별로는 남학생(4,595명)이 여학생(120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찰이 파악한 청소년 도박 금액은 총 37억 원으로, 1인당 평균 78만 원이었다. 16세 남학생 한 명이 최고 1억9,000만원을 걸고 바카라를 한 사례도 있었다. 

▲사이버 불법 도박 광고가 불법 웹툰 사이트에 버젓이 걸려 있다.ⓒ데일리굿뉴스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만연해진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 등 개인용 정보통신기기 사용이 보편화된 데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도박 사이트 접근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박 사이트는 청소년들이 자주 보는 불법 웹툰·OTT 사이트에서 홍보되고 있다. 성인 인증 절차도 없고 가입 방법이 쉬워 청소년들이 언제든 불법 도박에 접근할 수 있다. 도박 사이트에 호기심으로 접속했다 도박에 빠지고 친구에게도 추천하며 청소년 도박이 퍼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을 송출하는 방식의 도박 사이트는 별도 인증 절차가 필요 없고 처음에는 판돈을 그냥 줘서 청소년들이 쉽게 접속하게 된다"며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손안의 카지노'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도박을 게임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실명 은행 계좌나 문화상품권만 있으면 손쉽게 도박 자금을 충전할 수 있다는 점도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보통 14세가 넘으면 청소년도 비대면으로 직접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청소년 사이버도박 문제가 심각해지자 경찰 당국은 청소년 도박 사범에게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전문상담기관과 연계한 치유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회복 기회를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 근절을 위해선 정부나 경찰 차원의 행정적 조치와 함께 가정, 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보호자가 배려와 관심을 갖고 도박 청소년의 상태를 헤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청소년들은 스트레스 해소나 친구관계 유지를 위해 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가 도박에 빠지게 된 원인을 파악해 상담 등의 치료를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다음세대가 도박 등 각종 중독에서 회복되려면 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독 문제 해결은 어떤 프로그램이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수십 년간 목도했다"며 "결국은 영성으로 해결해야 하는 데, 제일 마지막 부분인 영적인 회복은 교회만이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독 청소년과 그 가족이 중독 사실을 털어놓게 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며 "비난보다는 기도로 중독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태도가 필요하다. 중독에 빠진 청소년 자조모임을 만들어 서로 경험을 털어놓고 함께 회복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교회에서 학부모나 교사에게 청소년 도박 중독 현황과 폐해, 부작용, 예방과 치유방법 등을 교육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신학생과 목회자를 대상으로 중독 강의를 해서 중독에 대한 제반 지식을 갖추도록 하고 기독교적 중독문제 해결을 고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