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도 스마트폰만 봐"…한 뼘 세상에 갇힌 아이들
청소년 5명 중 1명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스마트폰 사용 제지' 인권위 결정·법안 발의도 "사회적·영적 중요 시기…자기조절력 키워야"
[데일리굿뉴스] 정원욱 기자 = 다음세대가 스마트폰 세상에 갇혔다. 눈을 돌리면 스마트폰을 붙잡고 동영상을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하는 초등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업 시간에 졸다가도 쉬는 시간에는 일어나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본다.
최근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은 각종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성가족부가 초4·중1·고1 124만9,327명을 상대로 한 '2024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 습관 진단 조사 결과'를 보면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은 22만1,029명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의 17.7%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각각 17만4,374명, 12만7,845명이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모두 과의존 위험군에 속한 청소년은 8만1,190명에 달했다.
특히 1분 남짓의 짧은 동영상인 '숏폼' 이용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은 36.7%로, 전 연령대 평균 23.0%를 크게 웃돌았다.
이미 프랑스,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디지털 과의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속속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의 휴대전화 일괄 수거는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최근 정치권과 정부는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법안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더는 이 문제를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제지하는 교사와 지시에 불응하는 학생 간 갈등이 빈번했다. 인권위와 시도교육청 인권센터에는 교내 스마트폰 사용금지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민원과 진정이 계속 이어졌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인권위는 지난달 7일 휴대전화 일괄 수거를 학칙에 명시한 고교에 대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 결정 이후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 법적 근거의 필요성이 불거졌고 여당 의원의 발의로 관련 법 마련이 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도 학교 95%가량이 생활지도고시를 통해 스마트폰을 제한하고 있으나 법적 근거가 있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여당이 발의했지만, 취지에는 야당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교회도 '스마트폰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교회 초등부 교사인 직장인 김 씨는 교회에서까지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않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요즘 교회 초등부의 최대 고민은 스마트폰"이라면서 "아이들 3명 중 2명은 예배 시간에 핸드폰을 본다. 아이들이 예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걱정"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5년째 교회 중·고등부를 섬기고 있는 양 씨도 "학생들이 예배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성경구절이나 찬송가를 찾다가도 이내 메시지에 답장하거나 SNS를 켜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자제력을 길러주기 위해 가족과 교사, 교회 공동체가 함께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들은 자제력이 약해 쉽게 스마트폰에 중독될 가능성이 큰 만큼 철저한 예방이 요구된다.
권선중 한국침례신학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들은 가정과 학교,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보느라 부모·친구와 대화하지 않거나 수면 시간, 학업 시간을 줄이기도 한다. 예배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한다. 과다한 스마트폰 사용은 청소년의 언어적·사회적·영적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스마트폰 과의존에서 벗어나 올바른 성장과 신앙 습관을 형성하려면 지속적으로 자제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부모와 교사, 사역자가 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과의존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자기조절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학생들도 스스로 '지금 내가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