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노리는 메타버스 성폭력...피해자는 있지만 대책은 없다

아바타 간 성행위로 수치심 유발 10대 이용자 많아 범죄 노출 정부·국회 등 대책 마련에 고심

2022-07-06     유창선 기자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아바타 강제추행을 시연하는 모습(사진출처 : 대검찰청)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현실) 속 성범죄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이를 처벌할 마땅한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비영리단체 ‘섬 오브 어스’(Sum of Us)에 따르면 한 여성 연구원이 가상공간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를 테스트하면서 성폭행을 당했다. 자신의 아바타가 메타버스에서 파티를 즐기던 도중 다른 사용자에 의해 개인실로 끌려간 뒤 벌어졌다. 
또 다른 플랫폼인 로블록스에는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행위를 시뮬레이션하는 게임도 게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서도 피해사례가 보고된다. 최근 한 10대 여학생은 가상공간을 기반으로 한 게임에서 한 남성 아바타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제안을 받았다. 아바타가 착용한 아이템을 벗고 마치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자세를 요구했다. 심지어는 게임 속에서 성적 대화를 시도하며 알몸을 찍은 영상이나 사진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메타버스 주 이용층이 10대라는 점이다. 

닐슨코리아가 지난해 1월 앱 이용자를 연령별로 분석해본 결과, 제페토 이용자 중 나이가 7~12세인 이용자는 50.4%로 절반이 넘었다. 13~18세인 이용자는 20.6%였다. 제페토보다 이용률이 높은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도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 7~12세 이용자가 49.4%, 13~18세 이용자가 12.9%를 차지했다.

메타버스 이용자의 절대다수가 10대라는 점은 메타버스가 성범죄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상당수가 1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4년간 디지털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 중 연령이 확인된 수는 8136명이다. 이 중 38.3%인 3117명이 10대 피해자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를 제재할 법적 수단은 없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가상공간 속 아바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성범죄, 불법 영상물 유통 등을 원천차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매개로 한 성범죄가 일어나는 만큼, 이에 대응할 법적 기반과 윤리원칙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고낙준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메타버스는 게임을 넘어 커뮤니티 기능이 생겨 하나의 가상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커뮤니티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필요하고, 아바타를 인격으로 인정할지 여부나 가상 자산·지식재산권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섰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최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바타 성폭력 범죄에 대해 최대 2년의 징역형 또는 최대 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성범죄 행위자를 기존 성폭력과 동일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명확히 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일부 개정안은 메타버스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당 캐릭터 계정 등의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행위자 개인에 대한 처벌을 배제하진 않지만, 방통위가 메타버스 사업자나 플랫폼에 제재를 취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업자에게 규제를 적용하기보단 수사기관이 성범죄를 저지른 개인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는 방향이 바람직해보인다"며 "성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것은 공권력(수사기관)이 책임 지고 메타버스 성폭력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