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칼빈주의 개혁 신앙으로 목회를 해 오신 아버지(故 이만천 목사, 경산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버지를 통해 보수신앙과 합리적?개혁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갖게 됐습니다. 이러한 영향은 제가 그동안 작업해온 건축 프로젝트에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은석 코마건축사 대표, 경희대 교수 ⓒ데일리굿뉴스
지난 1986년 6월에 은퇴한 경산교회 이만천 목사의 아들인 건축가 이은석 교수(경희대, 코마건축사무소, 할렐루야교회 안수집사)는 홍익대 건축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에서 10년간(1986-1996년) 공부하면서 프랑스 건축가 자격은 물론, 소르본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파리 유학시절 파리 유수의 건축물 사업에 참여하면서 21세기 한국의 유망 신건축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995년 세계 470여개 팀이 참가한 LA문화회관 건축콩쿠르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이자 ‘어머니 교회’로도 불리는 광화문의 새문안교회 신축 설계자로 유명하다. 이 교수가 설계한 새문안교회는 영국의 디자인 전문 잡지사인 디즌(Dezeen)이 선정한 2019년 세계 10대 교회 및 예배당 건축물에 이름을 올렸다.

칼빈주의 신학, 인문학적 소양 건축에 녹여

목회자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칼빈주의가 몸에 밴 그는 합리적이자 개혁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게 됐다. 칼빈주의 신학과 인문학적 소양을 자신의 건축 프로젝트에 추가하면서 남다른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

그의 건축설계 지론은 ‘건물이 완공된 후 건물 사용자들에게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치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하는가’다. 지난 23년간의 건축실무 온 경력이 여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100여 곳이 넘는 교회설계 작업을 해온 이 교수는 교회건축에 있어 실용성에 기초한 설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추진해왔다.

“이제 개신교회는 뾰족탑의 고딕형이나 돔형의 비잔틴 건축양식의 규범으로 정해진 것보다도 마가요한의 다락방과 같은 모임의 장소로도 충분합니다.”

이 교수에 의하면 그동안 교회건축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인간적인 규범화와 무비판적인 형태로 교회 본연을 추구하기보다 전통적 인습을 따라왔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제 그러한 인습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회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역의 평화상징이며, 이웃과 성도들의 교류와 문화를 이끌 수 있는 건축물로서의 교회건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교회당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회 공간 상당부분 도시민들에게 할애한 새문안교회 설계

 
 ▲신축 새문안교회에서 인도네시아 국무위원 방문 기념 촬영. ⓒ데일리굿뉴스

이 교수가 지난해 설계해 완공했던 새문안교회의 경우 도심 한 가운데라는 지역적 측면에서 교회의 존재가 도시화와 밀접한 영향 아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설계에 반영했다.

교회가 차지하는 공간의 상당부분을 도시민들에게 내어주도록 한 것이다. 1층 로비 부분을 모든 사람들을 위해 개방했으며, 밑에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하늘만 보이도록 했다. 이는 곧 교회가 갖는 상징적 가치인 하늘나라를 연상시키도록 함과 동시에, 이웃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는 교회상을 나타내도록 한 것이다.

 
 ▲서산 하늘보석교회 외관(사진 남궁선) ⓒ데일리굿뉴스

“기존처럼 교회가 넓은 공간을 차지하기보다 칼비니즘의 근검절약을 교회 외형에 반영하고 용적률을 줄임으로 교회가 세상중심에서 세상과 하나님나라를 연결하는 것에 의미를 둔 셈입니다.”

이러한 건축철학을 바탕으로 이 교수는 한국교회의 건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문했다. 현 상황에서는 신축부지에서 새로운 건축물의 교회당만 고수하기보다 기존건물을 시대에 맞게 보완하는 리모델링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용과 시간의 절감과 환경적 측면에서도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여러 장점에서 21세기에 걸맞는 건축의 자세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기존 건물을 우리 시대에 맞게 보완하는데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교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새롭게 짓기보다 이미 지어진 것을 잘 개선해 사용하는 것이 성경적이자 시대 정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는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예배당 중심의 교회가 쓸모없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내부공간은 공예배 중심보다 삶의 현장을 녹아낼 수 있는 작은 공간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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