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가 사적인 공간에서 합의된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해서는 징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 국방부가 사적인 공간에서 합의된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해서는 징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성간의 성행위를 금지했던 기존 방침을 뒤엎고 군대 내 남성 간 성교를 허용한 셈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사적 공간에서의 (동성 간 성)행위는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단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군에선 사적 공간에서의 합의된 성관계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존하는 군형법 상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자체가 금지돼 있다. 군형법 92조의6은 ‘현역 복무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兵)과 같은 대한민국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대법원은 근무시간 외 영외 독신자 숙소에서 성관계를 한 남성 장교와 남성 부사관이 군형법상 추행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사적 공간에서 합의하에 이뤄진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한해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방부의 이번 입장은 앞선 대법원 판례를 반영했다.

전 대변인은 “법원 판례가 그동안 있었고 그것을 존중해 왔다”며 “그것을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수도권기독교총연합과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 등 1,200개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3일 국방부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국방부의 발표가 군 기강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성폭행에도 남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주요셉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군형법을 마음대로 뭉개버린 셈”이라며 “군인들이 합의를 빙자해 성폭행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현행 군형법 92조의6 ‘추행죄’를 엄격히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상현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군형법 92조의6을 군대 내 건전한 생활과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헌법재판소가 세 번에 걸쳐 합헌으로 결정한 매우 중요한 규정”이라며 “국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절반 이상이 오히려 유지 및 강화돼야 한다고 의견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된 합의에 의한 비정상적 성관계를 차단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처사”라며 “군형법 92조의6은 장소와 합의 유무를 불문하고 성행위 금지는 당연히 유지되고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억주 목사)에서도 논평을 발표해 국방부 입장의 사각지대를 문제 삼았다. ‘사적 공간’이라는 범위를 규정하기 모호할 뿐더러, 군대는 위계질서를 기반한 조직이기 때문에 합의라고 포장된 강제추행이 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군인들에게 사적 공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며 “영내가 아닌 영외 숙소도 사적 공간은 아닐 것이며, 또 휴가를 간 곳에서의 모든 행동도 군인의 행동이지 민간인의 행동은 아닌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대는 상명하복의 조직이기 때문에 위압으로 동성 간 성행위를 막을 수가 없다”며 “군인들에게 ‘영외’ 혹은 ‘사적 공간’과 같은 어설픈 예외 규정을 둘 때, 병영문화는 위험해지고 병사들을 동성에 의한 성폭력으로부터 막아내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수도권기독교총연합과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3일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출처=주요셉tv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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