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박건도 기자 = 성경은 수많은 인생의 상담가이자 이정표다. 고향을 떠나 낯선 한국사회에 적응 중인 탈북민에게도 성경은 위로와 삶의 의미를 전한다. 

하지만 탈북민 대부분이 쉽사리 성경에 손을 뻗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66권에 달하는 두툼한 두께, 깨알 같은 활자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진리를 비롯해 오염된 인간의 내면에 삶의 의미와 용서, 그리고 평화를 심어줄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실제로 성경을 읽은 탈북민들은 엄혹한 현실 속에 하나님이 주신 사랑과 삶의 가치를 뒤돌아 보거나, 공동체 안에서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랜다. 

먼저 온 통일로 일컬어지는 이들 탈북민이 성경을 통해 찾은 가치는 무엇일까. 신년기획 '성경이 답이다'에서는 탈북민이 성경을 통해 삶의 목적을 설정하고 나아가 통일의 주체로 변모한 얘기를 담아봤다.

▲성경 공부하는 탈북민(사진출처=순교자의소리)
▲성경 공부하는 탈북민(사진출처=순교자의소리)

성경으로 찾은 신앙

북한은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으로 악명이 높다. 북한의 복음화율이 1%대에 불과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북한 정부의 감시를 피해 숨어서 예배를 드리던 지하교회 성도들이 당국에 발각되는 날이면 수용소에 갇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과 친지, 친구를 잃은 북한 성도들은 신앙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 믿음을 버리기도 한다. 이 회의감은 수십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은 채 오랫동안 신앙의 걸림돌이 된다.

다행히도 성경은 이러한 어두운 과거를 극복할 힘을 제공한다. 

특히 북한을 떠나 이곳 남한으로 온 탈북민들은 성경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복음통일의 주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탈북민 이모 씨도 그 중 한명이다. 

평안도에서 태어난 이 씨는 한 때 신앙을 버렸지만 최근 성경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이유가 탈북민 선교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수십년 전 이 씨와 그의 가족들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북한 당국의 박해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신앙을 잃었다. 

당시 이씨 부모는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졌고 오빠는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 씨의 오빠는 감옥에서 모진 고문과 폭행으로 결국 숨을 거뒀다. 

소식을 들은 이 씨는 절망에 빠졌다.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강가에 서서 자살을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며 "오빠가 감옥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하나님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 씨의 신앙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면서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통보 받았다.

공산당원 친척을 둔 남편은 이 씨와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었음에도 끝내 그를 내쫓았다. 한순간에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부모와 형제는 물론이고 남편, 자녀와도 생이별을 해야 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그는 탈북을 결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북한을 떠났고 마침내 박해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에게 더 이상 신앙은 남아있지 않았다.  

이 씨는 "어렵게 탈북하면서 하나님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됐다"며 "타국에서 믿지 않는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렇게 무신론자로 수십년의 세월을 보내며 살았다.

어느날 그에게 성경 한 구절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그의 삶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이 씨는 "거리에서 우연히 요한복음 3장 16절을 마주했다"며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내가 하나님의 일꾼이 될 것이라고 기도하신 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정말 오랜 만에 성경을 다시 펼친 그는 삶의 목표와 의미를 발견했다.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알게 되자 복음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이 씨는 북한전문선교단체인 '순교자의소리'와 함께 중국 등지에서 복음전도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탈북민 김모 씨도 성경을 통해 삶의 관점이 180도 변한 경우다. 

순교자의소리 산하 유유선교학교에서 선교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 씨는 복음 통일의 일꾼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 씨는 "성경은 인간 존엄의 가치에 관한 것들을 말하고 있다”며 “'이 책 괜찮구나. 이대로만 살면 행복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성경을 접한 첫 인상을 떠올렸다.

그는 “성경을 읽다 보니 양심을 지키면 되레 불이익을 받는 냉혹한 현실에서도 성경적 가치들이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며 “성경읽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됐다"고 선교사로 헌신한 이유를 밝혔다.

▲유유선교학교에서 탈북민들이 성경공부하고 있는 모습.(사진출처=한국순교자의소리)
▲유유선교학교에서 탈북민들이 성경공부하고 있는 모습.(사진출처=한국순교자의소리)

김 씨의 변화된 삶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한 북한 선교사는 “(김씨가)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현재는 인생의 목적을 찾고 복음전파를 위해 다양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교자의소리 현숙폴리 대표는 "성경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도구"라며 "북한 사람들에게 성경을 접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역사가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성경을 통해 인생이 변하게 된 것은 이 둘만이 아니다. 이들이 전하는 복음이 북한과 중국 등지에서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고 순교자의소리 측은 설명했다.

현숙폴리 대표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난 탈북민들이 복음을 전하고 있다”며 "이들을 통해 북한과 중국 사람들이 마음 문을 열고 복음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성경읽기는 교제의 통로

성경을 통해 새로운 믿음의 가족을 만난 탈북민도 있다. 이들은 말씀공동체 속에서 함께 성경을 읽고 타향살이에서 오는 외로움을 달랜다.

▲탈북 성도들이 성경읽기를 통해 교제하고 있다.
▲탈북 성도들이 성경읽기를 통해 교제하고 있다.

인천시 계양구에 위치한 인천한나라은혜교회(담임 김권능 목사)에서는 성경읽기를 통한 교제가 활발하다.

성도들은 성경을 통해 위로를 받으며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있다. 

탈북민 출신이자 북한전문사역자 김권능 목사는 “북한의 철저한 무신론 교육을 받았던 성도들이 성경을 읽으며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고 있다”며 “매주 함께 말씀을 묵상하고 나누면서 하나님의 뜻을 새롭게 발견한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이 모여 함께 성경을 읽으니 낯선 한국생활을 적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김 목사는 “한국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말씀을 통해 힘을 얻으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며 “성경읽기가 한국생활 적응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한나라은혜교회는 주중 성경읽기를 독려하기 위해 단체채팅(톡)방을 적극 활용 중이다. 성도들은 5명씩 배정된 채팅방에서 각자 맡은 요일에 함께 읽을 성경 본문을 올린다.

함께 말씀을 읽으며 또 하나의 가족이 된 이들은 매년 초 통독 횟수 목표를 정하고 성경읽기에 열심을 내고 있다.

올해 성경 1독을 목표로 한 탈북민 성도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성경을 읽으니 동기부여가 된다”며 “사고방식이 기독교적으로 바뀌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단체채팅방에서 성경 나눔이 진행되다보니 성도 대부분은 말씀 공유가 편리한 성경 앱을 사용하고 있다. 8가지의 번역본과 새찬송가를 무료로 제공하는 GOODTV 다번역성경찬송 앱을 주로 쓴다. 

다번역성경찬송 앱의 경우 긴 성경구절도 클릭 세 번만으로 공유할 수 있다. 성경구절 공유 외에도 노트쓰기와 북마크, 형광펜 칠하기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공동체 성경읽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 다운로드 수만도 500만에 달한다. 실제 이용자 수만 해도 120만 명이 넘는다. 

김권능 목사는 “(다번역성경찬송 앱은) 디자인이 심플해 누구든지 이용하기 좋다”며 “탈북민들도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서 앱으로 성경을 읽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탈북민 성도 박모 씨는 "성경뿐만 아니라 찬송가도 이용할 수 있어 가정예배 때도 자주 쓴다"며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고 주변에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경은 본인 신앙생활은 물론 남북한 성도를 잇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인천한나라은혜교회 남한 성도와 탈북 성도들은 말씀을 나누며 신앙 안에서 서로를 이해한다. 

김 목사는 “성경은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며 “탈북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주제로 남한 성도와 교제하면서 통일의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 복음화를 위한다면 성경읽기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사항"이라며 "새해에는 한국교회와 탈북교회가 성경읽기에 더 힘쓰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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