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김신규 기자= 대부분의 교회들이 매년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킨다. 추수감사절은 성탄절, 부활절, 맥추감사절과 함께 기독교 4대 절기 중 하나다. 원래는 한 해의 수확을 하나님께 감사하며 지냈지만 어느새 감사 보다는 하나의 절기로 예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크리스천의 올바른 ‘감사’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본다. 

 ▲추수감사절에서의 감사의 의미와 목적은 이웃과의 나눔이자, 하나님께 감사를 표하는 행위가 동반된다. ⓒ데일리굿뉴스
 ▲추수감사절에서의 감사의 의미와 목적은 이웃과의 나눔이자, 하나님께 감사를 표하는 행위가 동반된다. ⓒ데일리굿뉴스

‘감사’는 성도의 중요한 신앙 덕목이자 의무다. 성경에서도 ‘범사에 감사하라’고 명령한다. 이스턴워싱톤대학 심리학 교수인 필립 왓킨스 박사는 “감사란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난 것과 이것이 외부 대상에게서 온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감사는 우리에게 일어난 좋은 일을 머리로 인식하고, 마음으로 인정하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 성도들 다수는 감사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는 측면이 많다. “하나님이 이러 이러한 복을 주셨으니, 우리도 거기에 대한 감사를 헌금이나 헌물로써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홍현설 박사(전 감신대 학장)는 이를 가장 소박한 형태의 신앙이라고 지적했다. 일종의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신앙’으로, 속된 말로 하나님과 일종의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평안’이라는 의미로 ‘샬롬(shalom)’을 애용한다. 또한 샬롬만큼이나 ‘토다(todah)’ 혹은 ‘토다 라바(todah rava)’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토다’는 우리말 ‘감사’로 자주 번역된다. 명사 ‘토다’는 동사 ‘야다’(yadah)에서 파생됐다. ‘야다’는 화살을 쏘거나 무언가를 던진다는 뜻이다. 

구약학자들에 의하면 창세기 29장 35절에서 처음 사용된 ‘야다’는 구약에서만 114회 사용됐다. 모세오경에서 이 단어는 ‘찬송하다’, 죄를 ‘자복하다’라는 의미로 번역된다고 한다.

왕국 시대 이후로는 ‘(하나님을 대상으로) 감사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결국 이 단어는 광범위하게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의미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다의 명사형인 ‘토다’ 역시 기본적으로 하나님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성경에서는 감사 외에도 찬양, 찬송, 감사제물, 고백 등 다양한 의미로 번역된다. 이 의미들은 공통적으로 행위의 상대자인 하나님을 전제하는 것이다.

서상근 목사(부산 제자들교회)는 “신앙 안에서 감사는 두 가지로 나눠진다”며 “바로 내게 행하신 것으로 감사하는 것과, 내게 행하실 것을 소망하며 감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목사에 의하면 이 둘은 시간의 관점에서 과거에 나를 위해 역사하신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과, 앞으로 내게 역사하실 하나님을 인정하는 신앙이다. 즉, 선하신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추수감사절 감사의 의미와 목적은 이웃과의 나눔이자, 하나님께 감사를 표하는 행위가 동반된다. 

서 목사는 “이스라엘의 추수 규정에서 이웃은 뺄 수 없는 수혜자가 된다”며 “‘이웃에게 나누라’는 말은 공동체성과 구원의 의미로, 하나님은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라고만 복 주시는 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을 치지만 교회는 공동체여야만 한다는 게 서 목사의 주장이다. 성도들이 이웃을 돌아볼 때, 이러한 행위는 우리가 그보다 먼저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았음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고백하는 신앙고백이 된다는 것이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소재 벧엘교회·벧엘나눔공동체를 방문해 감사예배와 함께 공동체내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미용 봉사 및 짜장면 나눔 전도 활동을 실시한 할렐루야교회 연합봉사팀원들의 섬김 모습. ⓒ데일리굿뉴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소재 벧엘교회·벧엘나눔공동체를 방문해 감사예배와 함께 공동체내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미용 봉사 및 짜장면 나눔 전도 활동을 실시한 할렐루야교회 연합봉사팀원들의 섬김 모습. ⓒ데일리굿뉴스

이승구 합신대 교수는 ‘범사에 감사하라’(살전 5:18)는 명령처럼 현재 코로나19와 같은 고난과 어려움의 때에도 감사의 실천은 성도에게 부여된 의무임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고난 중에도 감사할 수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죄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라며 “죄에서 구속함을 받은 우리들에게는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근원적인 감사와 기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좋은 일에도 감사해야 하지만 하나님의 구속과 창조의 섭리하심의 은혜에 감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독교적 감사의 원천은 자기 긍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오히려 비참한 자기 현실에서부터 오는 것으로 해석한다. 자신의 죄로 인한 전적인 부패와 의를 행하기에 철저히 무능력한 자신에게서 오는 절망이 기독교적 감사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추수감사절을 통해 살펴보는 성경적인 진정한 감사의 의미는 하나님의 존재와 구원에 대한 인정임과 동시에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추수감사절이 기독교의 참된 절기가 되기 위해서는 초창기 서구인들의 약탈에 의한 인디언들의 피 묻은 역사가 있었음도 기억해야 한다. 첫 추수감사절의 감사와 나눔 정신을 망각한 채 자유와 개척이라는 미명 하에 정복과 수탈을 일삼은 미국 건국 초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다시는 이 땅에서 신앙의 자유를 명목으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다른 이들을 억압하고 압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자성이 따라야 한다.

코로나19가 햇수로 3년째를 맞은 현실에서 맞이하게 될 올 추수감사절은 올바른 성경적 감사의 의미가 성도들에게 바르게 전달되고 이를 실천하는 한국교회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그 어느 해보다 절실하게 와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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