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정기총회 모습.ⓒ데일리굿뉴스
▲기장 정기총회 모습.ⓒ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최상경·이새은 기자 = 주요 교단의 정기총회가 마무리됐다. 값진 결과물도 있었지만 기대와 달리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도 많았다. 본격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여성 안수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고, 명성교회 세습건도 논의없이 종결됐다.   

'여성 안수 허용' 문제는 교단 정기총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교단들은 대체로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의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논의로 이어지진 않았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의 경우 이번 총회에서 여성 안수 안건을 아예 다루지 않았다. 지금까지 7차례나 여성 안수 청원이 올라왔지만, 이번에도 무산된 것이다. 오히려 교단법상 여성 안수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총회 때 반응도 미온적이었다. 한 대의원은 "여성 안수 허용은 '여성 안수는 불가하다'고 한 신학부 결의와 배치되므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의원도 "당장 결정할 수 없는 사안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예장합동은 우선 여성 사역자들에게 '준목' 호칭을 부여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선에서 정리했다. 준목은 현행 예장합동의 강도사와 목사의 중간 성격으로 강도권과 성례권을 가진 직분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역시 '여성 안수' 시도가 무산됐다. 예장고신은 제72회 총회 셋째 날 회무에서 미래정책연구위원회가 발의한 '여성 안수 문제에 대한 연구의 건'을 기각했다.  

과거 총회에 비해 이단 대응 관련 논의도 활발하지 않았다. 공통적으로 언급된 게 '인터콥 선교회' 정도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은 인터콥과 최바울 대표, 변승우 사랑하는교회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예장합신 이단대책위원회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따른 성경 해석과 삼위일체 하나님에 관한 부분, 세례의 시행 등의 가르침과 심각하게 상이하며, 기독교 복음을 왜곡하게 할 만한 이단적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장합동은 인터콥과의 '교류단절'을 결정했으며, 예장통합은 '참여 자제 및 예의주시'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제107회 합동 정기총회 모습.ⓒ데일리굿뉴스
▲제107회 합동 정기총회 모습.ⓒ데일리굿뉴스

명성교회 세습 문제도 사실상 종결됐다. 예장통합 제107회 총회에서는 '명성교회 세습을 허용한 수습안을 철회해달라'는 안건 등이 올라왔지만 폐기 처리되고 말았다. 이행된 수습안을 철회하는 게 일사부재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제대로된 논의없이 명성교회 현 체제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앞서 지난달 명성교회는 공동의회를 열어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재추대했다. 소송 2심 선고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총회의 결정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습 이후 수년 째 이어지는 논란을 충실히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통합총회는 대내외적인 지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정태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번 총회는 교단의 정당한 의무를 포기한 총회”라며 “제대로 된 논의 없이도 세습을 무마시키려는 행위가 비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총회의 이번 결정이 교회의 도덕적 이미지 훼손을 가져올 것”이라며 “교단이 자세를 낮추고 번복할 용기를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장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교단들의 기후환경 대응책 마련도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예장합동, 예장합신 등 여러 교단에서 기후위기 관련 위원회 설치 안건이 올라왔으나 공식적으로 통과된 곳은 몇 없다. 

생태 문제에 앞장선 기장총회마저 위원회 상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개회 첫날인 20일 정치부 심의 안건 첫 번째 의제로 올라온 '총회 상임위원회(기후정의위원회) 신설 및 규칙, 시행세칙 개정' 건은 정치부 안건심의부 회의 거수투표에서 기각됐다. 

그나마 ‘탄소중립 교단 로드맵’이 채택되고 기후정의 교육실시 관련 헌의안은 통과 됐지만, 그마저도 아쉬움이 남는다. 기후정의 교육 헌의안이 ‘의무’가 아닌 권장교육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은 “교단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올해 총회는 전반적으로 녹색총회를 만들겠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아직 한국교회가 기후위기에 대한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드러나 아쉬움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교회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교단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다음 정기총회에선 모든 교단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할 구체적 방법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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