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구 선교사 ⓒ데일리굿뉴스
  ▲정용구 선교사 ⓒ데일리굿뉴스

최근 한 드라마 채널에서 소개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극중에서 우영우라는 인물은 ‘자폐 스팩트럼 장애’를 갖고 있다. 하지만 IQ 164로 엄청난 양의 법조문과 판례를 외우고, 기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드라마는 우영우가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대형로펌에 들어가서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주목할 부분은 ‘우영우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 드라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았는데, 0.95%로 시작한 1회 시청률이 최종회에는 17.53%에 이를 정도의 방송국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마감했다. 

이러한 뉴스를 접하면서 선교사로서 왜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을 하는지 궁금했고, 드라마를 시청하고 선교사로서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그 내용을 적어본다.

첫째, 우영우는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일들이 쉽지 않았다. 분명하게 말과 행동에서는 장애가 느껴졌다. 어눌한 말투와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신발끈 묶기, 걷기, 뛰기 등은 버거워 보인다. 

이러한 모습들이 선교사들에게서도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멀쩡하게 살아가지만 선교지에 가면 멀쩡하지 않게 산다. 한국의 ‘우측통행’의 문화 속에 살다가 선교지로 가보면 ‘좌측통행’을 하기도 하고, 운전대의 좌우가 다르게 설치돼 당혹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선교사의 생각’들을 거침없이 한국어로 표현했다. 그러나 선교지에서는 선교사의 현지 언어를 듣고, 현지인들이 이해를 못하기도 하고, 간혹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리 모두도 ‘상황과 환경’에 따라 우영우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됐다. 

둘째, 우영우의 천재성이다. ‘법전’을 꿰뚫어 암기하고 전체를 다 파악하듯이 우리 선교사들도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선교지에서는 압도적이다. 

오랫동안 받은 말씀 훈련들과 성경에 대한 해박한 자료와 지식은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우영우가 법에 대해 전문가이듯이, 선교사들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대한 전문가들이다. 

어눌하고 약해 보이지만 분명한 전문성으로 인해 자기에게 주어진 삶에서 당당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영우의 모습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며 이 드라마에 푹 빠진 것 같다. 

단점으로 인해 부족하게 생각돼 못할 것 같은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부족한 사람 우영우에 매력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 주위에도 단점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이 단점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에게 흠이 되고, 이 흠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서 손가락질을 받는 요인이 되기에 가급적이면 단점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선교사가 되기 전에는 선교사는 선교지 음식을 아무 것이나 다 잘 먹고, 아무데서나 잘 자고, 현지 언어를 능숙하게 잘하고, 돈이 없어도 불평하지 않고, 어려운 환경을 잘 이겨내는 줄 알았다. 

물론 많은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이 일을 잘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선교사들 가운데서도 우영우와 같이 단점이 많거나, 부족함이 많은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분들이 어떻게 선교사로 살아갈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이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 우영우 곁에 등장하는 훈훈한 조연들이 있는데, 이들이 우영우의 단점을 잘 수용해 준다. 특히 우영우의 아버지는 서울대 법대 출신이지만, 뜻밖의 연애로 인한 임신과 출산 이후 엄마에게 버려진 우영우를 늘 곁에서 변함없이 지지해 준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자신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김밥집을 운영하면서 여러 부분에서 부족한 우영우를 지지해 주고 함께 해 준다.  

선교사들도 선교사가 되기 위해서 많은 준비와 공부를 하고 선교사가 됐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과 열정도 많지만, 우영우의 아버지처럼 선교지에서 부족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위해 잠잠하게 기다려 주고 곁에 있어 준다. 

이러한 부분이 우영우에게는 가장 큰 삶의 동력이 됐다. 이처럼 선교사의 삶이란 ‘하나님을 제대로 몰라서 부족한 사람들 곁에 서서 그들을 기다려 주고 참아 주는 삶을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한편의 드라마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우영우처럼 선교현장에서도 반짝 반짝하게 빛나는 선교사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제2의 수많은 우영우들을 곁에서 기다려 주고 참아주는 선교사들의 이야기가 들리기를 기대해 본다.

정용구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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