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희 교수 ⓒ데일리굿뉴스
     ▲차준희 교수 ⓒ데일리굿뉴스

시편 23편은 ‘신뢰시’로 분류되는 유명한 시이다. 시인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와 ‘해(害)’, ‘원수들’이 쫓아오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과 함께 하시는 주님을 깊이 신뢰한다. 

이 시는 오랜 세월 동안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아 온 시편으로, ‘시편의 진주’라고도 불린다. 이 시는 1) 1-4절: 좋은 목자이신 주님 2) 5-6절: 자비로운 주인이신 주님으로 구분된다.

시인은 ‘여호와는 나의 목자’라는 고백으로 시의 문을 연다(1a절). 시인은 자신을 양으로 생각하고 주님을 목자로 표현한다. 목자는 양을 인도하고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성경에서 목자는 대부분 집단적으로 사용되며(시 80:1: ‘이스라엘의 목자’), 개인적인 관계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즉 ‘나’의 목자라는 표현은 아주 드문 표현이다. 시인은 이를 통해 주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한다. 또한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의 동사는 시제가 미완료형이다(1b절). 히브리어 미완료형은 지속성을 표현한다. 따라서 시인은 목자이신 주님 덕분에, ‘그 동안 부족함이 없었으며’(과거에 대한 감사), ‘지금도 부족함이 없으며’(현재에 대한 만족), ‘앞으로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미래에 대한 확신)라고 신뢰를 고백한다. 

시인은 2-4절에서 1절의 신뢰 확신에 대한 이유를 상세하게 제시한다. 2-3절은 주님이 목자로서 ‘인도’해주시고, 4절은 주님이 목자로서 ‘보호’해주시기 때문이다. 

주님은 시인을(‘나를’) ‘푸른 풀밭’과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신다(2절). 여기서 ‘나를’이라는 표현은 주님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다시금 강조한다. 주님이 싱싱한 목초지와 신선한 물로 인도하시는 것은 양을 위한 목자의 특별한 보살핌을 보여준다. 이때 시인은 영혼이 소생하게 된다(3a절). 

‘영혼’은 생명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시인은 생명력이 북돋워진다. 주님은 우리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명예를 위해서 ‘의의 길’로 인도하신다(3b절). 여기서 ‘길’은 ‘수레바퀴자국’을 가리킨다(시 65:11; 사 26:7). 이 길은 흔히 들어서지 않는 좁은 길이다. 주님이 인도하는 ‘의의 길’(의로움의 좁은 길)은 ‘올바른 길’이면서(혹은 이기에) 다수가 피하는 외로운 ‘좁은 길’이다. 

시인은 4절에서 주님의 보호하심을 노래한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는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렘 2:6; 욥 10:21-22; 38:17). 시인은 죽음의 위험에서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이 구절은 이 시의 중심이다. 주께서 함께하신다는 확신이 신뢰의 확고한 기초가 된다. 목자이신 주님의 손에는 막대기와 지팡이가 있다. ‘막대기’는 야수나 도둑으로부터 양떼를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서 끝이 금속이나 못으로 되어 있다(삼상 17:43). ‘지팡이’는 양떼를 인도하고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막대기 보다는 긴 나무로 된 도구이며 맨 윗부분이 활처럼 구부러져 있다. 즉 목자는 ‘보호용 막대기’와 ‘인도용 지팡이’로 양떼를 철저하게 보호한다. 

5절에 와서 주님은 ‘목자 이미지’에서 ‘주인 이미지’로 갑자기 바뀐다. 시인은 자신을 쫓았던 원수들 앞에서 보란 듯이 주님으로부터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는다. 그것도 머리에 기름을 부음으로 특별한 손님으로 격상되고(눅 7:44-46; 마 26:7), 잔이 넘치도록 융숭한 대접도 받는다. 시인은 원수들로부터 주님이 특별히 보호해주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인의 노래는 6절에 와서 절정에 이른다. 시인은 원수들의 추적이 그치고, 그 대신 주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의 따름, 즉 보호와 호위를 받는다. 시인은 주님의 집에 영원히 상주하기를 서원한다. 시인은 더 이상 주님의 집에 초대받은 일시적인 손님이 아니라, 영원히 상주하는 가족이 된다(엡 2:19). 

우리의 인생은 아무런 위험이나 도전이나 어려움이나 아픔이 없이 사는 삶이 아니다. 오히려 살면 살수록 더 복잡하고, 바람 잘 날도 없고, 고통스럽고 아쉬움만 쌓여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이때 우리 인생의 외로운 나그네 길에 친히 목자가 되고, 환대하는 주인이 되어주기도 하고, 따뜻한 가족으로 맞이해주는 분이 계시다.

차준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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