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희 교수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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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21편은 ‘제왕시’로 분류할 수 있다. 시편 20편이 왕이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시편 21편은 왕이 전쟁에서 승리 한 이후 드려진 노래다. 

이 시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1) 1-6절: 왕의 승리로 인한 감사, 2) 7절: 왕의 신뢰에 대한 요약적 확신, 3) 8-12절: 승리의 미래에 대한 확신, 4) 13절: 요약적 간구이다.

첫 번째 부분(1-6절)은 왕이 전쟁을 승리하도록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야웨와 왕의 밀접한 관계를 진술한다. 1절에서 왕은 주님의 힘과 주님의 구원으로 인해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주님은 왕의 소원과 그의 입술의 간구를 들어주셨다(2절). 왕의 소원과 간구는 아마도 전쟁에서의 승리를 가리킬 것이다(시 20:4). 

주님이 주시는 ‘주의 아름다운 복’과 ‘순금 관’은 왕의 승리를 가리킨다(3절). 왕은 죽음의 전쟁터에서 살아서 돌아왔다. 즉 그의 기도가 응답돼 주님으로부터 생명과 장수를 선물로 받게 됐다(4절). 여기서 “영원한 장수로소이다”는 왕의 영생을 비는 것이 아니다. 

이는 궁중예법(Hofstil/court style)으로서 궁중예절에 따른 인사말이다(왕상 1:31; 느 2:13; 단 3:9; 5:10). 이는 왕의 장수와 왕손의 번성을 기원하는 것이다.

주님의 구원으로 왕에게 영광과 존귀와 위엄이 주어졌다(5절). 여기서 존귀와 위엄은 왕에게 입혀주는 왕의 예복이다(시 45:3; 참조. 시 8:5). 전쟁에서 승리한 왕은 주님에 의해서 다시금 왕권이 재확인된다. 왕은 주님으로부터 영원한 복을 받고, 주님의 임재로 인해 기뻐하고 즐거워한다(6절). 

7절은 구조적이고 신학적인 면에서 이 시의 중심에 해당된다. 지존자이신 야웨와 왕의 근본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의지’(바타흐)와 ‘인자함’(헤세드)은 시편의 전체 신학을 요약해주는 핵심용어이다. 하나님과 백성의 관계에서 하나님의 근본적인 특성은 인자함이고, 이에 대한 백성(왕)의 반응은 하나님께 대한 절대적인 의지/신뢰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주님에 대한 왕(백성)의 의지와 지존자의 인자함이 합작한 결과이다. 1-6절은 왕이 이미 받은 과거의 구원과 복에 대해 상술하고 있는 반면, 8-12절은 왕에 의해 집행될 미래의 심판, 즉 하나님의 백성을 압제한 대적들이 당할 패배를 표현하고 있다. 

이 단락(8-12절)에서 우리말 성경의 ‘왕’이라는 표현은 원문에 의하면 ‘당신’이다. 즉 ‘왕의 손’은 본래 ‘당신의 손’이다. 여기서 ‘당신’은 문법적으로는 ‘주님’ 혹은 ‘왕’ 둘 다 가능하다. 그러나 내용상 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주님께 재신임 받은 왕은 앞으로 모든 원수들을 찾아낼 것이다(8절). “여호와께서 진노하사 그들을 삼키시며 불이 그들을 소멸하리로다”(9b절)는 표현은 원수들의 완전한 파멸을 의미한다. 또한 왕에 의해서 원수나 불순종하는 자들의 후손들은 멸망하게 된다(10절). 악인들이 대대로 지속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악인의 후손은 결국 망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시 37:28). 왕은 주님의 심판을 집행하는 인간 도구로서 이 땅에서 주님의 정의를 실현한다.

11절에 따르면 원수들은 왕을 해치려고 흉계를 꾸민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시 2:1). 원수들이 왕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가 12절에 언급된다. 왕이 도망가는 원수들을 잡아서 돌아서게 할 것이고, 그들의 얼굴을 향해 활시위를 겨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3절은 요약적인 간구다. 이 구절은 요약적 확신을 보여주는 7절과 상응한다. 7절이 왕의 신뢰에 대해 강조했다면, 13절은 주님의 능력과 권능을 부각시킨다. 왕의 승리는 주님의 능력과 권능에서 비롯된다. 

시인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구원은 주님의 힘에서, 복은 주님의 임재에서 출발한다. 또한 구원과복은 주님의 인자하심(신실하심)을 의지하고 신뢰하는 자들의 기도로 말미암는다. 주님의 인자하심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승리를 가져다준다.

차준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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