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은혜정원으로 가는 청라언덕 길(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 대구 은혜정원으로 가는 청라언덕 길(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데일리굿뉴스] 박건도 기자 = 전쟁이나 테러, 재난처럼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찾아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가 유행인 요즘, 최근 교계에서도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여행지를 찾는 분위기다. 본지는 여름철 가족들과 함께 믿음의 선조가 남긴 역사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도록 19세기 이후 근대화, 독립, 건국, 민주화에 헌신한 개신교인들의 유적지를 소개한다.

대구 중구 동산동 청라언덕에는 은혜정원이 있다. 열두 선교사의 넋이 잠든 이곳에는 경상도 지역에 처음으로 복음을 전한 베어드, 억눌린 한국 사람들을 대변한 베델, 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한 헐버트의 묘가 안치해있다.

비명도 새겨져있다. 풍토병으로 죽은 쏘텔 선교사의 무덤에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I'm going to love them)'라는 글귀가 지금도 선명하게 보인다. 당시 신혼이던 그녀가 한국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준다.

▲ 은혜정원(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 은혜정원(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묘원이지만 분위기가 마냥 엄숙하지만은 않다. 미국 교외에서나 볼 법한 근대풍의 벽돌집들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방갈로풍으로 지어진 챔니스주택은 1911년 계성학교 2대 교장이던 챔니스와 동산의료원 원장 마펫이 칩거한 곳이다. 재밌는 점은 이곳이 국내 최초의 피아노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챔니스주택에서 20걸음 정도 거리에는 스윗즈주택이 있다. 스윗즈주택은 전통 한식과 양식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건물이다. 벽돌집에 기와를 얹은 최초의 시도로 보인다. 집 마당에는 대구 최초의 사과나무가 심겨 있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광주 중구 제중로에는 윌슨 선교사 사택이 있다. 윌슨 선교사는 그의 청춘과 인생의 절반을 한국 근대 역사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시절 1909년부터 1948년 (일본 강점기)까지 한국에 머물며 의료 선교와 한센 선교, 교육을 위해서 공헌했다. 

사택은 광주에 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1905년에 사택을 건축하고 1921년에 증축했다고 한다. 앞마당에는 선교사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고국에서 가져다 심은 은단풍나무, 아름드리 피칸나무, 흑호두나무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윌슨 선교사 사택(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 윌슨 선교사 사택(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사택에 바로 이어 자리한 수피아여중·고교에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윈스보로우 홀이 있다. 윈스보로우 여사의 기부금으로 지어진 홀은 현재 교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도 교복 입은 여학생들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번지는 공간이다. 초록지붕에 달린 낡은 종과 석조 기둥의 입구가 매력적이다.

▲윈스보로우 홀(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윈스보로우 홀(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전주에는 이름부터 남다른 예수병원(현 엠마오병원)이 있다. 중화산동에 10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킨 이곳은 조선인들의 건강과 위생을 책임졌다. 과거 일본으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았지만 선교사들은 순수한 신앙을 고수했다. 일본은 예수병원 의료선교사들에게 제사용 선반인 ‘가미다나’를 설치하고 신사참배할 것을 요구했지만 선교사들은 이를 거부했다. 병원 뒷산 돌계단 넘어에 있는 작은 묘역에는 의료선교에 헌신한 17인이 영면해 있다.

전주는 1930년 광주학생항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신흥학교(현 신흥중고등학교)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흥학교는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 레이놀즈 목사가 설립한 학교로 호남과 제주도 지역 기독교 선교에 크게 공헌했다. 학교에 들어가면 등록문화재 제172호인 리차드슨홀 정문을 볼 수 있다. 리차드슨홀은 1927년 리차드슨 여사의 후원으로 지어져 1982년까지 학교 본관으로 사용됐으나 안타깝게도 화재로 전소돼 건물의 정문만이 남았다. 학교에는 리차드슨홀 외에도 현재까지 강당으로 사용되는 스미스홀도 있다. 건물의 외벽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와 함께 해온 세월을 느낄 수 있다.  

▲ 신흥학교 리차드슨홀 (사진출처=갓피아)
▲ 신흥학교 리차드슨홀 (사진출처=갓피아)

인천광역시 강화군에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424호로 등록된 대한성공회강화성당을 볼 수 있다. 성당은 서양의 바실리카식 교회건축 공간구성을 따르고 있지만 가구 구조는 한식 목구조와 기와지붕으로 돼있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당시 외래 종교인 개신교가 조선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건물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성당은 배 모양을 본 떠 뱃머리인 서쪽에는 외삼문과 내삼문 중앙에는 성당, 후미에는 사제관을 배치해 한국 건축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며 관람은 무료다.

▲성공회 강화성당 내부 (사진출처=대한민국구석구석)
▲성공회 강화성당 내부 (사진출처=대한민국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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