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병실의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텅 빈 병실의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최근 들어 안락사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안락사를 두고 정치권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상황 가운데 교계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달 24일 발표한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3%가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 법제화에 찬성했다. 국민 10명 중 8명 정도가 자의적 죽음에 찬성하는 셈이다.

해당 연구팀은 2016년에도 안락사 및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바 있다. 당시 41.4%가 안락사 찬성 의견을 냈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5년 만에 찬성비율이 1.5배 정도 증가했다. 

안락사에 찬성하는 이유는 △남은 삶의 무의미(30.8%)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의료비 및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4.6%) △인권보호에 위배되지 않음(3.1%) 등의 순이었다. 단순히 생명을 부지하는 것보다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했다. 

사실 안락사는 한국사회 내 오래된 담론이다. 기존에는 영화나 드라마 등의 소재로 등장해 문화적 차원에 주로 머물렀다면 최근 들어서는 정치권에서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무의미한 연맹 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됐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실시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기간을 연장하는 의료 시술을 말한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 수가 18만 명을 넘겼다. 연도별로는 2018년 3만1천765명, 2019년 8만3명, 2020년 13만4천945명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최근에는 환자 본인이 의사의 도움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 존엄사법’이 국회 발의를 앞두고 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빠르면 이달 안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의료계 종사자들은 안락사를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는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고 법제화도 진행 중인 유럽이나 북미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안락사 논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노인들의 조력자살을 돕는 박카스 할머니 ‘소영’의 삶을 그린 영화 ‘죽여주는 여자’(2016). 소영은 삶의 의미를 잃은 노인의 의뢰를 받아 농약을 주입했다. (사진출처=유튜브)
▲ 노인들의 조력자살을 돕는 박카스 할머니 ‘소영’의 삶을 그린 영화 ‘죽여주는 여자’(2016). 소영은 삶의 의미를 잃은 노인의 의뢰를 받아 농약을 주입했다. (사진출처=유튜브)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기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안락사 적용대상이 치유 가능성이 없는 말기암 환자나 희귀병 환자 등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인에게까지 확대돼 남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치료비 부담 등으로 자살을 강요받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의사표현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이로 인한 생명경시 사상이 사회에 만연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이상원 상임대표는 “안락사가 확대된다면 언젠가는 현대판 고려장이 될 수 있다”며 “안락사가 암암리에 자살을 강요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건강한 사회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야하는데 오히려 포기하도록 장려하는 꼴이 된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교회가 생명존엄에 대한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사생관 교육이 생명윤리를 위협하는 법안에 저항력을 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목회자들이 안락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성도들에게 교육하는 등 교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안락사 옹호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만큼 교계차원에서 안락사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