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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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담배는 끊는 사람이 독한 걸까 안 끊는 아니 못 끊는 사람이 독한 걸까? 가끔은 헷갈릴 때가 많은 명제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전에는 담배를 끊는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는 농을 내뱉곤 했다. 아주 독한 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것이 그렇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 대해 마치 마약 중독이나 되는 듯이 차별을 하고 골방 같은 좁디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연기를 뿜도록 하고 갖은 눈총을 다 주어도 꿋꿋이 담배를 피워대는 것을 보면 오히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더 독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담배는 끊기가 워낙 어렵고 끊었다고 해도 작심삼일로 또다시 입에 대는 경우가 많다보니 한번 담배를 배운 사람은 끊었다기 보다는 안 피우는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까지 말 하는 것을 들었다. 나도 젊어서는 담배를 피웠기에 담배를 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편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길게 한모금의 담배연기를 빨아들이고 '그래 이맛이지~~' 하며 맛있게 담배를 피면서 “아! 이게 뭐람 한대라도 피우게 되면 다시 피우게 될 것이 뻔 하니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텐데...” 하고 걱정하다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잠재의식 속에 얼마나 피우고 싶었으면 꿈에서 까지 그렇게 담배를 찾을까 '그 까짓것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래 그냥 피우고 싶은 대로 피고 말지' 하는 것이 애연가들의 변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주위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면 그 니코틴이라는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층 더 애잔하고 측은해 보일 때가 많은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이 담배를 빼어 물고 길가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으면 담배 그거 몸에 그리 않좋은데 왜 일부러 그 젊고 건장한 몸에 독극물을 밀어 넣고 있냐고 묻고 싶은 충동마저 일 때가 종종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마침 WHO 세계 보건 기구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었다.

20년 전 폐암투병중인 모습으로 TV에 나와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하며 흡연율이 반으로 뚝 떨어질 만큼 충격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고 이주일 씨의 금연광고가 최근 인공 지능 프로그램으로 되살아나 다시 한 번 금연 메시지를 던지는 모습을 봤다. 그동안 꾸준히 이어진 금연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국내성인 흡연율은 약 20퍼센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아무리 담배 갑 겉표지에 섬뜩한 경고 문구와 함께 보기에도 끔찍한 장면의 흡연이 가져오는 각종 질병으로 인한 사진들을 그려 넣어도 예쁜 디자인의 담배케이스로 덮어버리고 꾸준히 담배를 빼어 무는 강심장들이 많은 탓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강한 문구와 경고 사진을 넣어도 금연 효과는커녕 담배 케이스만 더 팔리는 꼴이 되고 마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게다가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서 또는 주위의 성화에 못 이겨서라도 담배를 끊기는 끊어야 겠는데 뭔 수가 없을까 하다가 몸에 조금은 덜 해로울 것 같은 전자담배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자담배 판매량은 2년 만에 20퍼센트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전자담배에도 니코틴이 들어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고 괜히 연초 담배까지 섞어서 피우는 부작용만 더할 뿐이니 전문가들은 전자담배를 택했다가 여러 담배를 동시에 피우는 사례가 많으니 아예 금연 치료 등을 통한 완전한 금연을 권고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야 금연한지 20년이 넘어 담배를 어떻게 처음 배우게 됐던가 생각해보면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그저 담배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나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도 어엿한 성인이 다 됐다는 생각 등등에서 시작하게 됐던 것 같다. 

당시에는 어느 프랑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코트 깃 올리고 담배를 빼어 물고는 성냥개비를 휙 그어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한 모금 내어 뿜는 장면이 너무도 그럴듯 해보여 한창 감수성 예민한 시기의 뭇 청춘들이 너도나도 따라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요즘의 청소년들도 담배를 처음 접하게 되는 계기를 살펴본 조사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친구들의 권유나 강요가 제일 많았고 담배에 대한 호기심 어른스러워 보이고싶어서 등이 큰 이유를 차지했다.  

소위 말하는 꼰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예전에야 흡연자들이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냉대를 받지도 않았고 금연을 권고하는 사회적 경감심도 높지 않았기에 젊은이들이 쉽게 담배와 친해졌다 쳐도 요즘은 그렇게까지나 담배가 해롭다고 아우성을 치는데도 예전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로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워 문다니 금연 광고를 더 세게 해야 하나, 흡연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얼마나 더 강화해야 하나.  세계 금연의 날에 드는 생각이다.

한상덕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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