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종영한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한 장면. (사진출처=티빙)
▲ 지난 3월 종영한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한 장면. (사진출처=티빙)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여성의 음주를 금기시 했던 예전과 달리 오늘날 술 마시는 여성은 ‘쿨함’의 상징이 됐다.

지난 3월 종영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의 뜨거운 인기는 여성의 음주에 대해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방증한다. 퇴근 후 술 한 잔이 일상인 세 동갑내기 여성들의 이야기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갔다. 이번 달 초 프랑스에서 개최된 ‘제5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술생술사’를 실천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현실과 닮은 면이 많다. 국내 여성의 음주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여성 월간 음주율은 2018년 이후 13년간 14.2%p가 증가했고, 성인 여성의 월간 폭음률 역시 2019년 24.7%로 2005년보다 7.5%p 증가했다.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 다른 세대에 비해 음주량이 대폭 증가했다. 20대는 2005년에 비해 19.1%p, 30대는 9.2%p 만큼 폭음률이 늘었다. 이는 음주에 관대하고 술자리가 잦은 젊은 층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사를 시행한 지 3년이 지난 요즘은 수치가 더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육대 보건관리학과 손애리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술을 많이 마시고 관용도가 높아 음주문제가 심각하다”며 “음주 동기도 사회적나 순응보다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마시는 개인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서 고위험 음주군의 특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퇴근 후 ‘혼맥’을 즐기는 20대 중반 여성 A씨는 “혼자 있든 친구들이랑 있든 언제나 술이 빠지지 않는다”며 “또래 친구들만 보더라도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만들고 음주를 즐긴다”고 말했다.

▲ 한 여성이 진열대에서 맥주를 꺼내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 한 여성이 진열대에서 맥주를 꺼내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술, 여성에게 쥐약

매년 늘어나는 여성의 음주량은 의학전문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술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해롭지만 여성에게 더욱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술이 여성에게 유독 해로운 이유는 알코올 섭취 시 작동하는 신체 대사과정 차이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위점막에 있는 알코올 분해효소 수가 적어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혈중 알코올농도가 더 빨리 높아진다. 이뿐만 아니라 체중 대비 체지방률이 높아 알코올이 혈액 속에 더 오랫동안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신체에 축적된 알코올은 단기간에 간 등 소화기능을 손상시킬 뿐 아니라 뇌분비 호르몬 체계를 파괴하기도 한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 알코올을 즐기는 여성은 자궁질환과 생리불순 등을 겪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알코올이 혈중에 오래 남는 특성 때문에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쉽게 중독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과도하게 술에 의존해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알코올 사용장애' 관련 진료를 받는 여성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숫자만 놓고 보면 남성이 훨씬 많지만,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이 알코올 사용장애로 진료받는 경우가 늘고 있어 대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추이를 보면 20대 젊은 여성들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스럽다”며 “여성의 알코올 사용 실태 파악, 중독 예방과 회복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음주는 Yes 중독은 No?

그러나 여성이 알코올 중독으로 문제를 겪더라도 치료시설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여성의 음주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와 달리 알코올 중독 여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 때문이다.

아신대학교 상담학 곽은진 교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음주를 미화하면서 알코올 중독자 여성에게는 손가락질한다”며 "여성의 경우 본인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사실을 수치스러워 하기 때문에 전문적 도움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칫 악화되는 사례도 잦다"고 말했다. 

남인숙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알코올 사용장애의 유병률은 16.2%지만 우울 장애나 불안 장애와 달리 치료를 받는 경우는 불과 8.1%”라면서 “치료의 문턱을 낮추고 술에 관대한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알코올 문제를 직면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게 상대적으로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주를 금하는 교회 분위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여성인 30대 B씨는 ”몇 년째 이어진 취업실패로 알코올 의존 증상이 생겼는데 교회 사람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며 “믿음이 약한 사람으로 보거나 판단할까봐 털어놓을 생각도 안 한다”고 토로했다.

기독교중독연구소 유성필 소장은 “날이 갈수록 젊은 여성 알코올 중독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교회 내에서도 술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며 “성도 중에서도 중독 문제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목회자가 중독에 대한 전문적 교육을 받아 도와 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중독자들을 수용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며 “교회가 중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대처한다면 교회로 인한 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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