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중독퇴지운동본부 손광호 목사.ⓒ데일리굿뉴스
▲알콜중독퇴치운동본부 손광호 목사.ⓒ데일리굿뉴스

술을 즐겨 마시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이라는 말 자체를 입에 담기 싫어한다. 자신은 술을 즐길 뿐 결코 중독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한다.

손광호 목사(70·알콜중독퇴치운동본부) 역시 그랬다.

서울 이화동 세계성령협의회 사무실에서 3일 만난 손 목사는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10대 때부터 술독에 빠져 30여 년을 '알코올 중독자'로 살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소주 한 병을 입에 쏟아부었다. 어떤 날은 종일 밥을 거르고 소주 15병을 비우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술은 술을 불렀다.

연신 들이킨 그가 술에서 깰 때면 이미 사건·사고에 휘말린 상태였다.

벗어나려고 정신병원까지 찾았지만 소용없었다. 치유시설을 드나든 것만 36번이다. 죽으면 끝날까 싶어 자살 시도도 세 번이나 했다.

손 목사는 "시설에 들어가도 병든 육체를 재생하는 것일 뿐 참으려고 해도 결국 마시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며 "가장 심각한 중독 증상은 강박적으로 술을 마시는 거다. 이 경우 제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매일매일 '시설을 탈출해 술을 마셔야지', '상대를 때려 눕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는데, 새로운 삶에 눈을 뜨게 됐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으나 정작 신앙과 거리가 멀었던 그는 모임을 통해 신앙 안에서 교제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경험했다.

손 목사는 "알코올 중독은 결핍에서 출발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며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면서 충만해짐을 느꼈다. 내 안에 결핍이 채워졌고 구태여 술에 탐닉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단주 생활과 영적 성장이 같이 이뤄질 때 진정한 자유함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내가 건넨 변치 않는 믿음도 중독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그럼에도 나를 믿어 준다는 것, 그 믿음이 한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힘이 됩니다."

2003년 목사 안수를 받게 된 것은 중독 치유 사역을 위해서였다. 하나님께 받은 사랑과 은혜를 중독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전해 한 영혼이라도 건지고 싶었다.

손 목사는 중독을 극복한 이후 과거의 자신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알코올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주폭(酒暴) 일대기'를 담은 '16.9%의 악마'라는 저서도 집필했다.

그는 "추악했던 나의 과거를 드러내서라도 술로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며 "그 마음이 통했는지, 중독자나 수감자들에게서 공감됐다는 편지가 온다"고 했다.

손 목사는 현재 우리 사회가 알코올에 빠져 있다며 전 국민이 알코올 중독자에게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코올 중독은 절대 혼자서 극복되지 않습니다. 혼자 발버둥 쳐서 극복한 사람은 거의 없어요. '다 함께' 해야 술을 끊을 수 있습니다. 중독 치료의 핵심은 결국 관심과 사랑입니다."

▲복역 중인 알코올 중독 수감자가 손광호 목사 앞으로 보내온 책 소감문. 
▲복역 중인 알코올 중독 수감자가 손광호 목사 앞으로 보내온 책 소감문.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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