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즐겨 사용하신 단어가 ‘좋다’입니다. 이 ‘좋다’의 히브리어 토브(Tob)는 좋고, 아름답고, 온전하며, 선함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다’(Tob)고 말씀하신 것을 음미해 보면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가 얼마나 아름답고 조화롭고 귀한 것이었는지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창조 사역의 마지막 날인 여섯째 날의 기록(창1:31)을 보면 더더욱 놀라운 표현이 등장합니다. “하나님이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토브 메오드 (Tob Meod) "Very Good"이라는 표현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고 선하고 귀한 것이었으면 창조주께서 이토록 감격해 하셨을까요?

저는 오랫동안 이 말씀의 뜻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하나님이 자기의 형상대로 지으신 사람을 보시면서 ‘심히 좋았더라!’라고 하신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창세기 1장을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저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31절을 보면,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지으신 모든 것’이란 무엇일까요? ‘남자와 여자’만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니까 당연히 인간과 자연을 통틀어 일컫는 말일 것입니다. 즉 하나님은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 인간과 자연이 하나님이 정하신 질서 아래 어우러져 복되게 사는 모습을 보시고, ‘그래, 바로 이거야.’ 정말 아름답다(Very Good)고 하신 것이라는 말입니다.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복되게 사는 모습’,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움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요? 너희들 모습이 ‘정말 좋다. Very Good이야!’라고 하실까요? 아니면 ‘이건 아니야, 내가 명령했던 것이 이게 아니야’하고 진노하고 계실까요?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지 못하고 타락하여 지금 하나님의 창조 당시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잘 모르지만 그 내면은 심각하게 오염되어 중병을 앓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창세기 1:26절을 보면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신 목적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만물을 다스리게 하는 것이었다는 말입니다.

물론 여기서 ‘다스리다’의 뜻은 창조주의 선한 청지기로서 피조물인 모든 생물과 자연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잘 관리하라는 것을 말합니다. 창 1:22과 1:28을 비교해서 읽어보면 이것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하나님이 인간뿐 아니라 자연만물에게도 똑같이 생육하고 번성할 권리를 주신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인간의 자연에 대한 인식이 하나님의 피조공동체임을 명심하고 서로 사랑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창세기 1:28절에 보면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 1:28)라는 말이 나옵니다. 앞서 인간을 만드신 목적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인간의 다스림과 자연을 정복하는 일이 축복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문화명령(Cultural Mandate)이라고 불리는 이 말씀은 인간이 “복이 되는 정복과 다스림”을 해야 하고 ‘섬김과 돌봄을 통한 청지기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동안 이 말의 참뜻을 왜곡하여 자연을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마음대로 변형하고 파괴하고 또는 생명체를 함부로 다루어도 괜찮은 것처럼 알고 지내온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연을 인간의 욕망을 위하여 인간의 이익을 위하여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함부로 다루어진 것입니다.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1:1)는 위대한 선포로부터 시작합니다. 하나님이 우주 만물의 창조주이시고 따라서 우주 만물의 주인은 하나님이신 것을 믿고 고백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기초요, 근간입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분이 지으신 세계를 관리하는 청지기임을 자각하고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에서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를 따라 살아가는 것입니다.

창조의 질서 속에서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도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연과 화목하며 자연과 공생하는 것, 다시 말하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복되게 사는 것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 - ‘심히 좋았더라’(Very Good!)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인류가 하나님의 창조 속에서 표현된 ‘심히 좋았더라’의 아름다움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모든 생명체의 집인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자연과 어우러져 복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이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이제 그 답을 향하여 한 걸음씩 전진하겠습니다.

[장근조 / 장충교회 장로ㆍ(주)리빙스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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