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푸른 소백산 자연경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부석사와 소수서원으로 유명한 경북 영주. 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진 영주시지만, 110년 역사가 있는 교회와 같이 기독교적으로 의미가 있는 순례지가 자리해 눈길을 끈다.
 
 ▲경상북도에서도 북쪽 끝에 위치해 있는 영주시는 북서쪽을 따라 소백산맥이 뻗어 있다. 사진은 국립산림치유원 일부 전경.ⓒ데일리굿뉴스

경북 영주시와 한국관광협동조합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지역경제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1박 2일간 팸투어를 진행했다.
 
영주 팸투어는 양 기관이 지난 5월 관광객 유치 및 홍보 협력 등 목적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처음으로 마련됐다. 이번 일정은 유·불교 문화유산과 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진 영주시 내 기독교 순례지를 탐방하고, 새로운 관광코스를 개발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정환 한국관광협동조합 이사장은 "영주에는 불교나 유교의 흔적도 있지만, 경북 북부지역의 기독교 중심도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통계를 보면100년 이상 된 교회가 전국에 1천여 개 정도 있는데 경북에 233곳, 영주에 3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란네모) '도마'의 히브리어 문자, (빨간네모) 샌들 신은 발, (파란네모) '지전행' 한자ⓒ데일리굿뉴스

기독교적 형태의 석상 '도마 분처상'
 
탐방단은 가장 먼저 영주시 평은면 왕유동에 있는 '도마 분처상'을 찾았다. 목이 잘린 형태로 남아 있는 이 분처상은 분처바위 또는 도마바위라고도 불린다. 도마 분처상은 1987년 한 기독교인에 의해 발견된 이후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474호에 지정됐다.
 
쉽게 '도마바위'로 불리고 있지만, 문화재자료로 등록된 명칭은 '마애보살입상'이다. 일반 불상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한 기독교 학자들이 재조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연구를 시작하면서 도바바위 혹은 도마 분처상으로 불리게 됐다.
 
분처상 제작 배경에 관해선 여러 가지 추측설이 존재한다. 그 중 예수님의 12제자 중 한 명인 도마가 인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한반도까지와 남긴 흔적이란 전설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석상 왼쪽 어깨 옆에는 '도마'를 지칭하는 히브리어 문자가 가로와 세로가 동일한 30cm 정방형으로 새겨져 있다. 암각 하단 부분에는 '땅끝까지 다닌 사람'이란 뜻을 지닌 '지전행'(地全行)이란 한자가 있고, 육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탁본을 떴을 때 보이는 '야소화왕인도자'(耶蘇花王引導者) 문자도 있다. '야소화왕'은 예수로, '인도자'는 전도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불상에서 볼 수 없는 석상의 손 모양이나 주름진 복장의 화려함, 샌들을 신은 발가락 등도 존재한다. 이 같은 석상의 모습은 기독교 유적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조형기법으로 표현됐다는 것이 기독교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북 북부지역에 최초로 설립된 교회인 내매교회ⓒ데일리굿뉴스

경북 북부 최초 설립된 내매교회…110년 역사
 
탐방단은 경북 북부지역 최초의 교회로 11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내매교회(담임 윤재현 목사, 한국기독교 사적11호)도 방문했다.
 
내매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영주노회 소속 교회로, 1906년 영주 지역 최초의 기독교인인 강재원 장로에 의해 세워졌다. 강재원 장로는 대구 약령시장을 방문했다 베어드(William M. Baird, 한국명 배위량, 1862-1931) 선교사에게 전도지를 받고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았다. 고향인 영주와 봉화 지역에 19개 교회를 세우는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인물로 알려졌다.
 
내매교회는 '기독내명학교'(基督內明學校)란 이름으로 기독 사립학교를 설립해 수많은 인재를 양성해냈다. 1909년에는  미국 북장로회 소속 웰번(Arthur. G. Welbon, 한국명 오월번, 1866~1928) 선교사가 지역 최초로 남자 성경공부반을 내매교회에서 열었고, 1910년 한글목사로 알려진 강병주 목사가 기독내명학교를 부설로 운영하면서 신앙과 학문 교육이 함께 이뤄졌다.
 
교회가 배출한 기독 인재로는 순교자 강문구 목사, 강신명 새문안교회 원로목사,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산업을 처음 시작한 강진구 장로 등이 있다.

팸투어에 함께한 참석자들은 경북 영주의 기독교 순례지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신대 상담센터 최재숙 목사는 "한국에도 기독교 흔적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는 게 놀라웠다"며 "기독교 순례지 탐방이 활발해져서 크리스천들이 기독교 역사나 선교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탐방단은 이밖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우리나라 최초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선비정신을 엿볼 수 있는 선비촌, 외나무 다리가 있는 무섬마을, 자연 속에서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국립산림치유원 등 명소들을 둘러보며 1박 2일간의 투어를 마무리했다.
 
 ▲관람객들이 소수서원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조선시대 학문의 바탕을 이룬 곳이다.ⓒ데일리굿뉴스

"경북 기독교 순례지 민간에 소개할 것"
 
한국드림관광 등 70개 회원여행사, 한국기독교역사문화성지순례연구회 등이 소속된 한국관광협동조합은 앞으로 경북지역에 있는 기독교 순례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팸투어를 총괄한 영주시는 이번 팸투어를 계기로 영주시 관광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했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영주는 대한민국 최초의 힐링특구"라며 "소백산이 있어 지친 현대인들이 쉴 수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부석사와 소수서원 같은 세계 문화유산, 선비문화 등 다양한 정신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도마바위나 경북 북부지역에 역사가 있는 교회들, 가톨릭 유적지인 홍유한고택지도 있어 기독교 뿌리도 찾아볼 수 있다"며 "내년에는 풍기인삼 엑스포 등 다양한 행사도 기획하고 있으니 영주에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주시는 2021년 한국전통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테마파크 '선비세상'을 완공하고 관광객에게 선보이는 한편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풍기인삼 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이다.
 
 ▲소수서원 옆에 위치한 선비촌에서 전통혼례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선현들의 학문 탐구와 전통 생활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드라마 촬영지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으로도 선정된 무섬마을에 가면 전국에 유일한 외나무다리를 건너봐야 한다. 태백산 줄기에서 흘러내리는 내성천과 소백산 줄기에서 나온 서천이 마을을 감싸고 흐른다. 무섬마을은 양반과 상민이 함께 공부하며 개방 개혁이 앞장섰던 마을이자 일제에 항거해 독립운동을 펼쳤던 마을로 알려져 있다.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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