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뿌리 깊은 인종차별...국내도 다를 바 없어

차별·조롱·혐오 판치는 세상-① 인종차별

최상경 기자(cs_kyoung@goodtv.co.kr)

등록일:2020-06-10 15: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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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르면 ‘틀리다’, ‘옳지 않다’고 규정해 혐오와 차별의 프레임을 덧씌우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지역과 인종차별·낙인·혐오는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바이러스가 돼버렸다. 그야말로 혐오가 만연한 사회다. 이에 본지는 혐오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기획을 준비했다. 각종 혐오가 확산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짚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미국 콜로라도 주도 덴버에서 폴 파젠 덴버 경찰서장이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에 의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팔짱을 끼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美 흑인 사망 사태, 세계 인종차별 문제 드러내
 
하루 중 현대인들이 가장 빈번히 접하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온라인상만 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혐오 단어들로 넘쳐난다.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비유하는 말)’, ‘맘충(자신의 아이밖에 모르는 몰지각한 엄마)’, ‘급식충(학교에서 급식만 축내는 학생들)’의 단어처럼 특정 집단 뒤에 ‘충(蟲,벌레)’을 붙여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가하면, ‘틀딱(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과 ‘할매미(시끄럽게 떠드는 일부 할머니를 매미에 비유한 표현)’ 같이 노인 전체를 비하하는 어휘가 쉼 없이 쓰인다.

언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미 사회 깊숙이 ‘혐오의 정서’가 박혀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미국 흑인사망 사태’로 혐오와 차별은 전 세계 문제로 자리매김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리한 체포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비극적 사건이 인종차별 문제를 들춘 도화선이 됐다.

플로이드는 “숨을 못 쉬겠다”고 호소했지만 이를 무시한 경찰의 무릎에 눌려 결국 8분 만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흑인을 중심으로 분노가 퍼졌고 순식간에 대규모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화, 트럼프 집권 후 심화한 백인 우월주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사회 내부의 압력이 임계치를 넘어 언제든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인종차별과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가 급격히 늘었다. 특히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은 부정의와 불평등에 관한 오랜 갈등을 표출시킨 기폭제가 됐다.

시카고는 사망자의 70%가 흑인이었다. 캔사스 주에서는 흑인 사망률이 백인의 7배, 수도 워싱턴은 6배 더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흑인 대다수가 다중이 이용하는 식당, 대중교통 등 저임금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어 코로나19에 더 노출됐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불평등도 이번 사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시위대 중 일부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대비 사망률이 가장 높은 인종이 흑인인 것만 봐도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며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이 고통을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혐오로 얼룩진 한국사회

조지 플로이드는 국내에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역시 인종차별과 그에 따른 혐오는 오랫동안 계속돼왔다.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이주민 310명 가운데 68.4%가 ‘한국사회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주민 10면 중 7명이 차별을 겪은 셈이다.   

한국사회의 인종차별적인 인식은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네팔 출신 노동자 M씨는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이주민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검사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공적 마스크조차 살 수 없게 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충남 천안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S씨의 경우 공장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한 달
반가량을 갇혀 지내야 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위원장은 “회사가 이주노동자에게만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은 채 출입을 막아 바이러스 전파자 취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대구·경북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차별대우 사례는 더욱 심각하다”며 “대구 성서공단 일부 사업장의 경우 이주노동자들을 회사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폐쇄회로(CC) TV를 기숙사와 정문 쪽으로 비추며 출입을 감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상당하다.    

이주민센터 친구 이제호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려면 서로를 혐오하고 낙인을 찍어선 안된다”며 “국내에 있는 내외국인들이 함께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는 “혐오의 말들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을 때 혐오표현이 기피나 차별로 이어져 결국에는 물리적 공격을 낳을 수 있다”면서 “혐오표현을 물리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연대해 대응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해결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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